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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춤꾼? 난 브레이킹 국가대표!

시대가 바뀌며 스포츠도 바뀐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빠지고 역도도 퇴출 위기에 몰린 반면, 랩과 함께 힙합 문화를 이루던 브레이킹(브레이크 댄스)이 스포츠로서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9월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해 말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브레이킹K 파이널' 대회에서 총 4명의 선수(남 2, 여 2)가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사상 첫 브레이킹 대표팀으로 첫발을 디딘 이들은 지난 5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훈련 개시식에 참석해 다른 종목 선수들 앞에서 공연하며 '신고식'을 치렀다. '사브르 여제' 김지연을 비롯한 펜싱 대표팀 선수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전에 출전하는 전지예(23·소울번즈)도 그중 한 명이다.

최근 경기 고양의 연습실에서 본지와 만난 그는 "작년에 도쿄올림픽을 보며 '브레이킹도 저런 종목 중 하나로 채택이 됐다니'라며 신기해했었다.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나란히 서게 됐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그날(5일) 선수촌에 처음으로 가봤어요. 시설을 쭉 둘러봤는데,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에 갔더니 정말 분위기가 살벌하더라고요. 태극기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고, 다른 종목 선수들이 '악' 소리를 내면서 훈련하고 있고…. 국가대표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어요."

전지예는 선발전에서 김예리에 이어 2위를 차지해 국가대표 타이틀을 따냈다. 힘이 넘치고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는 게 강점이다. 전북 전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초등학생 때 학교 대표로 육상 도 대회에 나갔을 정도로 운동신경을 타고났고,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물구나무를 서면서 놀았다고 한다. 전지예는 원래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꿈꿨다. 중학교 1학년 때 김연아를 롤모델 삼아 피겨를 시작했지만, 1년 반쯤 지난 뒤 부모님이 '선수가 되긴 어렵다'며 그만두라고 권했다.

"늦게 시작한 데다 재능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달 동안 버텼어요. 대신 공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약속을 받아냈고, '아이돌이 되겠다'며 댄스학원을 갔어요. 정말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막연한 반항심으로 벌인 일이었죠."

그 반항이 전지예의 삶을 바꿨다. 그는 학원에서 브레이킹을 처음 접했다. 지금은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브레이킹과의 첫 대면은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처음 수업하는 날 선생님이 사이퍼(사람들이 빙 둘러선 뒤 한 명씩 그 가운데에서 춤을 추거나 랩을 하는 힙합 문화)를 갑자기 시켰어요. 배운 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라서 당황한 채 막춤을 췄는데 공포감이 들었죠. 다른 수업은 다 들어가면서도 반년 동안 브레이킹 수업은 안 들어갔어요."

그러던 중 친한 언니가 하는 브레이킹 동작이 재밌어 보여 따라 하게 됐다. 물구나무선 채 몸을 '〈' 모양으로 접는 '카포'라는 동작이었다. 전지예는 이를 눈여겨본 선생님에게 일대일 수업을 받으며 비로소 체력과 기술이 모두 필요한 브레이킹의 매력에 빠졌다. 매일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서 하루에 5~6시간씩 연습하다 허리 디스크가 터지기도 했다. 신선하다는 뜻의 'fresh'와 아름답다는 뜻의 'bella'를 합친 활동명 프레시벨라(Freshbella)도 이때 지었다. 수년 전부터 국내와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커리어를 쌓은 그는 작년 브레이킹K 1차 우승, 파이널 준우승으로 사상 첫 국가대표의 영예를 안았다.

브레이킹 남자 선수를 가리키는 '비보이'(B-Boy)와는 달리 여자 선수인 '비걸'(B-Girl)은 여전히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다. 부모님과 친척들도 처음에는 "'까진' 애들이 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작년 8월 CJ와 4년 후원 계약을 맺고, 태극마크까지 따내자 주변 시선도 바뀌었다. 전지예는 "위험한 운동을 한다며 걱정하시던 부모님이 이제는 내 춤을 분석하며 코칭까지 하실 정도로 관심이 많아지셨다"고 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파리올림픽 시상대도 바라본다.

"작년에 각국 대회 우승자가 모이는 '레드불 비시원 월드 파이널'에 나갔는데, 그때 '(올림픽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림픽 종목이 되니 경쟁심이 더 강해졌고요. 태극마크의 무게에 맞게 좋은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그래픽] 사상 첫 브레이킹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기고자 : 고양=김상윤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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