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애플TV+ - 백조의 노래

유전자 조작과 복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근미래. 일러스트레이터 캐머런(마허샬라 알리)에겐 아름다운 아내 포피(나오미 해리스), 어린 아들 코리가 있다. 하지만 격렬한 발작을 일으키는 종양이 그의 몸을 급속히 잠식한다. 쌍둥이 동생을 잃은 슬픔을 겨우 이겨내고 배 속에 둘째를 갖게 돼 기뻐하는 아내와, 천진한 어린 아들에게 다시 버거운 슬픔을 줄 수는 없다. 캐머런은 신체뿐 아니라 기억과 잠재 의식까지 완벽히 복제해 '죽어가는 나' 대신 '건강한 나'를 가족에게 돌려주겠다는 스콧 박사(글렌 클로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캐머런은 가족을 위해 '나'의 삭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죽어가는 캐머런은 완전한 동기화를 위해 건강한 복제 캐머런과 연결된 상태로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간다. 순간은 쌓여 하루를 만들고, 하루는 다시 영원으로 흐른다. 아내를 처음 만난 열차, 함께 부른 노래들, 아이와 함께한 날들. 기억 속에 그의 삶을 채웠던 행복과 고통이 절절한 만큼, 가족과의 이별을 선택해야 하는 그의 아픔도 절실해진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특히 마허샬라 알리는 눈빛과 표정의 떨림으로 미세한 감정의 물길을 만들어 관객의 가슴속으로 쏟아붓는다. 세트 디자인은 현대 미술 작품처럼 단아하고 매끈하며, 숲, 절벽, 호수 같은 거대한 자연의 풍광은 그와 대비돼 더욱 경이롭다. 그 끝에, 고요하나 격정적인 클라이맥스가 기다린다.

클래식 - 조이 오브 스트링스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가 이끄는 현악 앙상블인 '조이 오브 스트링스'가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았다.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5주년을 자축하는 신년 음악회를 마련한다.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이성주의 협연으로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겨울'과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사랑의 기쁨' 등을 들려준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흥겨운 왈츠와 '박쥐' 서곡 등을 곁들인다. 오는 9월 15일에도 같은 무대에서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 씽2게더

기막힌 노래 솜씨를 지닌 재간둥이 동물들이 6년 만에 다시 뭉쳤다. 2016년 '씽(Sing)'으로 6억달러(약 7000억원)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던 인기 애니메이션의 후속작.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던 전작의 배경을 이번에는 화려한 대도시로 옮겼다. 콜드플레이, U2, 엘턴 존부터 빌리 아일리시까지 인기 가수들의 히트곡을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숨은 재미. 극장에 온 아이들이 화려한 화면에 넋을 잃을 때, 부모들은 예전 곡들을 들으며 추억에 잠길 것 같다.

연극 - 펜스 너머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

관객은 야구장 펜스석에 앉은 기분이다. 태영고 야구부를 그만둔 준호, 그의 절친이자 재능을 타고난 투수 성호, 육상부 기대주인 하니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이야기. 여름 대회를 앞두고 성호가 부상을 당하자 준호가 야구부로 복귀하는데, 감독은 '타석에서 휘두르지 말고 가만히 서 있기'를 지시한다. 승리에 취해 멈추지 말라고, 지더라도 다음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연극.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가 펄떡인다. 변영진 작·연출로 16일까지 한성대입구역 앞 여행자극장.

뮤지컬 - 썸씽로튼

16세기 런던에서 공연마다 망하고 후원도 끊긴 닉과 나이젤 형제는 최고 극작가 셰익스피어에게 맞서기 위해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간다. 그는 '뮤우지컬'이라는 장르가 유망하고, 셰익스피어는 '오믈릿'('햄릿'을 잘못 읽은 것)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 예언한다. 형제가 올린 뮤지컬 '오믈릿'은 맙소사, 엉뚱한 방향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명작들을 패러디하는 솜씨가 좋아 객석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강필석·양요섭·서경수·이영미 등이 출연한다. 4월 1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97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