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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사가 아닙니다.

14대 총선에 출마하는 재야나 학생 운동권 출신의 야당후보들이 투쟁경력을 앞세워 강성 민주 인사 이미지 를 부각시키던 과거와 달리,온건 구호를 내세우고 연성 이미지를 심기 위한 선거전략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이번 총선은 과거에 비해 정치적 쟁점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운동권의 이미지로는 당선이 어렵다는 사회분위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74년 민청학련 사건에 관계됐던 민주당 현역의원 후보(45)는 12대때 정치사형수 돌아오다 ,13대때 죽음을 넘어선 용기와 지조 라고 과거경력을 내세우던 것과 달리 우리가 키워온 양심 으로 캐치프레이즈를 바꾸었다. 선거참모들은 "새 이미지 형성을 위해 홍보유인물에도 어린이,주부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들을 담았다"며 "유권자들이 안정기조속에 개혁의지를 보이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자체조사가 나와 이런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역시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민주당의 또다른 후보(45)는 아예 선거대책위원장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출신의 여권 지역인사를 영입,강성 이미지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중당의 한 대표적 재야운동가(47)는 자신의 30년에 걸친 재야활동기간중 옥고를 치른 경력은 맨 뒷장에 작게 쓴 대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비판한후 잡지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강조한 팸플릿을 돌리고 있다.

그는 지역문화센터를 열어 1천5백여 주부들과 접촉,유권자들과 동거 동락하는 인물임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홍보물을 만들고 있다.

민중당 대표 그룹의 또다른 출마자(56)는 홍보물에 노태우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실어 투쟁일변의 운동가가 아닌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중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민중당후보(27)는 "인간을 본위로 하지않는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실패한다"는 옥중회고를 담은 만화유인물을 제작했다.

서울지역 노동자협의회 간부출신의 한 민중당후보(49)와 79년 남민전 사건으로 수감됐던 서울민중연합 소속 후보(49)도 투쟁적인 구호대신 주택난과 생활공해,탁아시설 및 가로등 부족,상-하수도 문제와 같은 지역민생현안 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80년 고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다,2년간의 옥고를 치른 민주당의 한 후보(39)도 정직한 젊음,깨끗한 정치 라는 구호와 함께 지역복지시설 확충,도시가스공급 등의 소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또 운동권 출신의 민주당 현역의원 후보(39)는 국회의원의 월급봉투를 보여드립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한달동안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해 깨끗한 정치인 이라는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조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