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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열기는 뜨거워지고 있지만,국내 제조업 경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올들어 건축 허가면적이 급증하면서 국내 건설경기가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제조업의 생산-판매는 최근 크게 둔화되기 시작하여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동안 호조를 지속했던 자동차의 내수판매는 점차 수그러들고 있으며,가전제품의 내수도 작년 하반기 이후 위축되고 있다. 선거호황을 기대했던 제지-음식료품 분야도 아직까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껏해야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조선업 등이 고작이다.

국내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수마저 위축돼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판에 국내시장의 구매력까지 감소하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시장 다변화로 수출은 올해 10% 이상의 신장이 기대되고 있으나 전체 생산의 73%를 차지하는 내수시장이 최근 위축되고 있다. 이미 자동차업계가 확보한 계약물량이 감소하는 추세이며,올 1분기중 재고도 작년 동기보다 17%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홍두표전무는 "최근의 자동차판매 증가율은 4~5%선에 불과하고 그나마 선거수요 덕분에 근근이 현상유지하는 실정"이라며 "올해는 선거에 따른 통화증발로 경기가 그런대로 유지되겠지만 내년에는 침체국면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전업계에는 이미 내수시장의 위축현상이 점차 대부분의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상난동으로 팬히터 등 겨울상품의 재고가 쌓여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컬러tv vcr 등의 판매도 둔화되고 있다. 겨울상품의 재고는 d전기의 경우 70억원어치에 이르며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이 수십억원의 재고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부진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7월의 유통시장 개방이후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특히 워크맨 등 밀수품이 급증해 그나마의 시장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경기의 위축은 경기변화를 가장 늦게 탄다는 식품경기의 하락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동양맥주 홍관표이사는 "맥주업종은 국내경기를 6개월정도 늦게 반영한다"며 "올들어 맥주판매량은 설날대목때 반짝했을 뿐 2월 이후에는 4% 이상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소주판매량은 10% 정도의 신장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경기가 침체할수록 소주 등 저급주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섬유수출은 직물과 원사류의 호조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수출경쟁력의 약화 등으로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는 의류제품은 3년째 마이너스 신장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합리화 업종으로 지정된 신발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신발산업의 총매출액은 지난해 25% 감소했고 올해도 5~10%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국제상사의 한 임원은 "보통 3개월치의 주문을 확보해놓아야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한데,작년부터는 1개월치의 주문도 따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및 가전산업의 침체는 원자재 공급을 맡고 있는 철강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 철강수요의 40%를 차지하는 건설업의 경우 공공사업이 활기를 보일 뿐 일반건설은 아직 주춤한 상태이고 강관수요도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수출시장에서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의 추격으로 고전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신규 시설투자가 위축되면서 기계업계의 불황도 작년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이 고전하고 있는데 비해 조선업계는 93년말까지의 작업물량을 확보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올 1월에도 24만2천t(2억4천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린 조선업계는 2월중 한 건의 신규 수주도 받지 못했으나 수주상담은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단일품목으로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은 국제시장 여건이 호전돼 수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타이어 시멘트 무선통신기기 생산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다른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