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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인권상황이 점차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달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는 미얀마에서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특별조사단을 파견하자는 결의안을 투표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얀마와 함께 비난의 도마에 오른 쿠바에 대한 인권비난 결의안이 찬성 23표,반대 8표,기권 21표로 통과된 것과 비교하면 미얀마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이 얼마나 좋지 못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미얀마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은 크게 두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91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여사 등 국내의 민주화세력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고,다른 하나는 반정부 세력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소수민족을 방글라데시 등 인근국가로 내몰아 버리는 것이다.

1990년 5월 실시된 총선거에서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연맹이 승리했는데도 군부는 이를 무시하고 국가법질서 수호위원회(slorc)를 구성해 지금까지 내부적으로는 철권통치를,대외적으로는 폐쇄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아웅산 수지여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을 때에도 미얀마 당국은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가택연금중인 수지여사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미얀마에서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움직임이 간간이 있기는하나 집권군부의 철권통치에 깔리고 있다.

그러나 주변 국가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미얀마의 강경한 소수민족 정책이 주변국들과의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버마족 이외에 50여개의 잡다한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이들 민족들은 화합해서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미얀마의 군부는 건기를 맞아 서부 아라칸 지방의 회교도들인 로힝갸족 및 남동부에 있는 카렌족 반군들에 대한 공격을 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소수민족들에 가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방글라데시,태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62년 버마정부는 아라칸지방의 회교도들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그 이후 이들은 시민권회복 및 자치권확보 투쟁을 벌였다. 지난 78-79년에는 버마정부군의 공격을 받고 30만명의 로힝갸인들이 같은 회교국인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지난해 말부터 실시된 것으로 보이는 미얀마 당국의 작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약 10만명의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에는 대규모 난민의 유입은 엄청난 재정부담이 된다. 또 몰려드는 난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얀마에서 반정부 게릴라활동을 벌이던 사람들이라 방글라데시에서 마약밀매,무기밀매,인신매매 등의 커다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방글라데시측은 이들 회교도 난민을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으나 미얀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들 난민들을 태우고 미얀마로 돌아가려는 배가 미얀마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해 1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더구나 지난해 12월21일에는 이들을 쫓던 미얀마 정부군이 방글라데시군의 국경초소를 공격,방글라데시군 1명을 포함 4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달에는 미얀마군이 태국 국경부근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렌족 게릴라들을 소탕한다는 이유로 태국의 국경 마을인 마에소트 부근에 교량을 신축하려 했는데 태국정부는 이 교량이 건설될 경우 미얀마군이 게릴라 소탕을 이유로 태국 영토내로 들어올 수 있다며 교량의 건설중지를 요구하는 한편,국경에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미얀마 군사정권의 강경통치와 소수민족 축출정책으로 인해 미얀마가 또 하나의 킬링필드 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우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