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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왜 하는가. 어느 당에 국정을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결정은 어느 당의 공약이 더 바람직하고 정직한 것인가를 읽고서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판은 그런 정책공약의 대결보다는 힘싸움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싸움의 수준만을 드러낼 뿐이다.

하기야 각당은 매일같이 장미빛 청사진을 광고하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식품일 뿐,핵심적인 쟁점을 둘러싼 정당간의 정책 대결이나 정책 토론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야말로 허공에 구름잡는 구호성 공약발표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정파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음의 4가지 쟁점을 특별히 부각시켜서 우리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을 제언한다.

첫째,경제에 관한 것이다. 공연히 거창한 청사진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각당은 장바구니 물가,부동산값,실명제,대외 적자,경기침체 문제,중소기업 대책 등 작금의 가장 긴급한 경제 이슈들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서 국민앞에서 논쟁하기 바란다.

둘째로는 안보문제다. 지금까지와 향후의 남-북문제,대북문제,통일추구 및 핵문제,나아가서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국제적 진로에 관해 투철한 자기입장을 내놓고서 싸워보기 바란다. 그동안 통일 에 관해서는 너무 헷갈리는 것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한번 각당의 입장을 주시하고서 심판하고자 한다.

셋째는 공직사회의 부패문제다.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작금의 민원처리치고 돈 안쓰고서 되는 일이 없을 만큼 부패는 거의 관행화돼있다는 비명인데,이 문제에 관해 각당은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종사원까지 뇌물을 받았다면 부패문제는 정말 심각하다는 느낌이다. 선거기간에 이에 대한 논쟁이 크게 부각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우리는 민주화의 남은 과제가 중요한 쟁점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작금의 민주화 이슈는 관료주의와 권력기관들의 잔존한 월권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시정하느냐 하는 문제다.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공약했던 정보기관들의 위상문제와 일부 법규들은 이번 국회에서 끝내 개정되지 못했는데,이런 문제에 관해 각당은 활발한 논쟁을 일으켜야 한다. 관치금융의 잔재,정치적인 세무사찰의 문제,인권과 관련한 경찰의 월권사례,도청과 정치공작,교육계에 대한 교육부의 지나친 간섭 등 민주화의 과제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4대 핵심사항은 대단히 귀중한 쟁점인데도 이렇다 할 논쟁이 없으니 대체 어떻게된 일인가. 정치인들은 공연히 광장에 사람들을 동원해 놓고서 선동적인 연설이나 할것이 아니라,그런 구체적인 사항을 놓고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