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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학의 첨단과학기술 연구센터(첨단연)가 문을 열기 직전,87년의 일이다. 첨단연은 동경대학 차원만이 아니라,일본이 큰맘먹고 출발시킨 연구전진기지. 동경대학은 미국의 bell 연구소 소장 로스박사에게 객원교수 파견을 요청했다. bell 연구소는 지금은 at&t 연구소와 통합돼 at&t-bell 연구소가 돼있다. 한해 연구개발 예산이 30억달러. 요다음부터가 재미있다. bell 연구소측은 파견요청을 수락하기에 앞서 먼저 부소장 펜지아 박사를 일본에 내보냈다.

펜지아 박사는 노벨상 수상한 관록의 연구자. 첨단연이 문을 열기전이므로 내일한 펜지아 박사는 동경대학의 구 연구시설만을 돌아봤다. 귀국한 그는 일본에 파견할 객원교수로 엔릭 마르가르티 박사를 선정했다. 마르가르티 박사는 광통신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 마르가르티 박사의 명성을 듣고 있던 동경대학측은 이 인선을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환영 분위기는 잠깐뿐,곧 씁쓸한 이야기가 동경대학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bell 연구소측의 마르가르티 박사 인선배경이 알려졌던 것이다. 동경대학은 실험실습설비가 엉망이다.

따라서 연필 과 종이 만으로도 당분간은 연구가 가능한 이론분야에서 파견자를 골라야 한다. 이것이 마르가르티 박사 파일결정의 배경이었다. 연구실적이 빈약하다고 추궁하면 연구인원 부족 연구시설 부족 연구예산 부족 이란 대답이 튀어나온다. 이른바 공과대학의 3수령 이다. 이건 만국공통이다. 서울공대편을 들어 보자. 서울공대 기초 기계공학실험실 한쪽구석에는 낡은 선반 5대가 놓여 있다. 학부 2학년생의 실험장비다. 선반 옆벽면에 붙은 빛 바랜 사진이 장비의 년령증명서다.

50년대초 유네스코 가 서울대학에 기증하면서 찍은 기념사진이다. 서울공대 전체장비중 10년안팎된 것이 1천9백만달러어치,5년안쪽것이 1천2백만달러어치. "대부분의 공학장비는 5년 묵으면,쓸모가 없어지다시피 한다. " 공대 교무학장보 성굉모교수(전자공학)의 말대로라면,절반이상이 폐품인셈이다. 기계도 나이를 먹는다. 그럴수록 치료비도 늘어난다. 재료실험실은 89년에 고장났던 장비를 작년 5월에야 고쳤다. 수리비 1천만원을 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대측의 반구걸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수리업체가 5백만원으로 깎아 협조 해준 것이다. 서울공대의 장비 유지보수비는 장비 1만달러당 9천2백원. 웬만한 월급쟁이의 승용차 수리비도 안된다. 화도나게 됐다. 89년에는 9천8백원이었던게 그나마 6백원줄어든 것이다. 1백72억원어치의 장비를 보유한 서울공대의 90년 수리-보수비는 3억6천만원. 조금 분수 모른 비교지만,어떻든 mit는 4백억원,동경대는 9백억원이다.

낡은 장비라도 있으면 없는것보다 낫다. 하버드대의 1년 기자재 구입비는 1억3천만 달러. 최근 대폭 개선됐다는 서울공대가 4백17만달러다. 이 가운데 교육차관으로 들여온것이 2백17만달러,나머지는 교수들이 외부에서 연구비로 받은 돈으로 사들여 국가에 기부한 형식이다. 서울공대측의 이런 볼멘 불평에,사립공대나 지방대학은 배부른 소리 라고 얼굴을 붉힌다. 20억을 들여 서울대에 설치한 근거리통신망(lan)이 도서관 cd네트워크와 연결이 안돼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데까지 이르면,아예 얼굴을 돌려버릴지도 모른다. "아직 그모양이야 . "

서울공대의 짜증과 푸념에 이런 여유를 보일곳은 포항공대와 과기원정도다. 서울공대가 보유한 장비 총액은 2천5백만달러. 포항공대의 물리학과 1개과의 설비가 2천7백만달러. 여유가 있을법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지적할 것은 해야 한다. 일본은 일본화학공업을 낙후산업이라고 부른다. 일본 최대라는 삼릉화성의 세계 랭킹이 14위다.

일본 최대면 세계 랭킹 3위안에는 들어야하는걸로 아는게 그들의 요즘 상식이니,그럴법도 하다. 그 일본의 화학연구실에서의 외국인 연구체험이다. "경제대국의 연구실이 고작 이건가" (이스라엘교수) "실험은 고사하고,위험해서 못있겠다" (스위스교수,"이정도면 미국에선 대학 인가도 안나왔을 것이다" (미국교수). "케미컬 앱스트랙숀"이란 국제화학저널 논문의 40%는 일본것이다. 바로 이 한심한 연구실 제품이다. 장비타령이 만능의 변명은 못된다는 증거다. <최장원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