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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북 송금' 1심만 15개월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재판이 법관 기피 신청 등으로 77일 만에 다시 열렸지만 또 공전(空轉)했다. 2022년 10월 시작된 이 사건 1심 재판은 변호인 사임과 법관 기피 신청 등으로 파행을 거듭했고, 해를 두 번이나 넘겨 15개월째 진행 중이다.

9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 51차 공판은 당초 이날 예정됐던 증인신문을 진행하지 못한 채 50분 만에 끝났다. 이날 재판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작년 10월 법관 기피 신청 이전에 정해져 있던 일정이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저희는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때 이 전 부지사가 갑자기 변호인의 발언을 제지했고, 두 사람은 몇 차례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이어 변호인은 "오늘 (반대신문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재판장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변호인을 쳐다보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고, 검찰 쪽에선 '에휴' 하는 한숨 소리가 나왔다.

변호인은 "증인들에게 거짓말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피고인이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다음 기일 이전에 진행 여부를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재판장이 "추가 증인 신청은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변호인은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 명 외에 추가 증인을 특정하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3개월 전에 말했던 건데 아직도 준비가 안 됐느냐.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엄지와 검지로 미간을 짚기도 했다.

검찰은 "반대신문 관련해서 변호인과 피고인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두 달 넘게 재판이 공전하고 결심이 다가오는 시점인데, 3개월 전부터 예정된 증인신문이 준비되지 않은 건 기피 신청 목적에 따라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이고 변론권, 방어권 남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재판장이 "증거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하자, 변호인은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새로 제출한 증거를 포함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판장은 또다시 말을 잇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머리에 손을 짚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이 마무리되면, 향후 3~4차례의 공판을 거쳐 곧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의 재판 지연으로 2월 법관 인사 전 선고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기고자 :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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