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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우수, 경칩까지 지났으니 누가 뭐라 해도 봄이다. 내 마음에서는 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봄에는 유독 더 그러하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봄이 오면)를 시작으로, "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봄이 오는 길),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우리의 마음속에도"(봄)와 같은 노래를 해마다 봄이면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살아온 세월만큼 봄노래도 늘어나니 듣고 부를 봄노래는 차고도 넘친다.

초기 대중가요에도 봄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당장 이난영이 부른 '봄맞이'(1934년)와 '봄 아가씨'(1935년)가 떠오른다. '봄맞이'는 아동문학가 윤석중(1911~2003)이 작사한 노래다. 그가 작사한 대중가요로는 '봄맞이'를 비롯해 '젊은 뱃사공'과 '외로운 아가씨' 정도가 있다. 이 중 '봄맞이'가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발매되었으니, 이 노래는 윤석중의 대중가요 작사 데뷔곡으로 볼 수 있다.

매 절마다 "어허야 더허야 어허으리"의 후렴을 반복 사용한 '봄맞이'는 순수함이 돋보이는 자연 친화적인 내용의 노래다. "얼음이 풀려서 물 위에 흐르"고, "냇가에 수양버들이 실실이 늘어"진 풍경에서 동화처럼 평화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3절에서 "제비 한 쌍이 물 차고 날아와 어여 가 보란다. 임 계신 곳에"라고 한 것은 새가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는 점에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세상, 자연의 규칙과 상도(常道)가 지켜지는 세상을 보여준다. 이는 윤석중이 동시를 주로 쓴 아동문학가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윤석중에게 '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24년, 그의 나이 14세 때 발표한 '봄'과 '봄이 오니까'가 그의 첫 작품들이다. 그 당시 학교에서 '봄이 왔다(春が來た)'라는 일본 노래를 부르는 것에 반감이 생긴 그는 우리말로 된 노래를 짓겠다는 마음으로 '봄'과 '봄이 오니까'를 지었다. 모두 따뜻한 봄이 와서 달라진 자연의 풍경을 "푸릇푸릇" "꾀꼴꾀꼴" "울긋불긋" "파듯파듯" 등의 음성 상징어를 사용해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내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세상, 평화로운 세상은 자연과 사람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은 지금 봄맞이에 여념이 없다. 현관문을 나설 때마다 바람결에 끼쳐오는 봄 내음에 내 마음도 설렌다.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추운 겨울 끝을 지나"(BTS의 '봄날') 부디 우리에게 봄이 오기를, 그렇게 우리 모두 "왔다, 봄!"이라 외칠 수 있기를. 난 두 팔 벌려,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이성부의 시 '봄')라며 그대를 맞이하리니, "봄이여, 오라!"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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