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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독재 비판인사 잇달아 중형
언론인·인권활동가 무차별 체포
지난 1975년 북베트남이 무력 통일한 후 반세기 가까이 공산당 일당 통치가 흔들림 없이 지속돼온 베트남에서 최근 체제 비판 인사에 대한 체포와 사법 처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그동안 공산 독재를 용인해왔던 서방국가들도 침묵을 깨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탄압은 언론인과 인권활동가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사흘 내리 반체제 인사들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독재를 비판하는 저술 활동으로 여러 번 해외에서 상을 받은 저명 여성 언론인 팜 도안 트랑은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9년을 받았다. 이튿날에는 철거민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가혹한 탄압을 소셜미디어 등에 폭로한 인권활동가 트린 바 푸옹과 응우옌 티 탐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6년형이 선고됐다. 앞서 지난 10월에도 언론 단체 '바오사치그룹' 소속 기자 5명이 2년~4년 6개월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들 대부분에게는 반국가 행위에 대해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형법 117조 등이 적용됐다.
서방국들은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사흘 연속 유죄판결이 나온 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국이 규탄 성명을 내고 수감자 석방을 촉구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도 규탄 성명을 내고 "(베트남의 사법 처리는)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쿠데타나 시위 유혈 진압, 부정선거 등의 정치 혼란을 겪지 않았던 베트남에 대해서 서방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베트남과 폭넓게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는 특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최근 발표한 국가별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 베트남에 대해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고 있고, 민주적 자유를 금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바오사치그룹 기자들에 대한 유죄판결 직후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그들이 (베트남 정부의) 부정부패를 심층 취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당연히 범죄가 아니다"라며 베트남 정부를 직격했다. 베트남은 미국이 지난달 화상으로 주최한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베트남전 종전 20년 뒤인 1995년 국교를 정상화한 뒤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빌 클린턴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역대 대통령 모두 재임 중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은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 핵심 파트너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2010년 미 구축함 존 매케인함이 베트남 다낭에 입항한 것을 계기로 군사 교류가 본격화했고, 2016년에는 미국의 무기 금수 조치도 전면 해제됐다.
미국의 딜레마는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과 동맹들은 베트남 공산당이 비판자들을 침묵시킬 수 있는 더 큰 재량을 줬다"고 비판했다. 베트남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이 명분(인권)과 실리(안보 협력)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립외교원 조원득 연구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정책에서 베트남과의 협력을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자산 동결이나 입국 금지 같은 제재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방부 주도로 군사 협력을 하되, 인권 증진 분야는 국무부가 전담하는 '투 트랙 외교'를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래픽] 체제 비판 인사에 대한 베트남 사법 처리 사례 기고자 :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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