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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부부 月생활비 90% 달해… 은행 수수료 더 내고 보험도 비싸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영례(71)씨는 평소 알던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자동차보험(연간 보험료 82만원)을 몇 년째 연장하고 있다. 1년에 6000㎞ 정도 운행하기 때문에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인터넷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 상품에 가입했다면 연간 34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김씨는 이런 보험이 있는줄도 모른다.

서울 월계동에 사는 차철홍(76)씨는 급할 때 집 근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자주 이용한다. 거래하는 은행이 아니라 낮에는 700원,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는 1000원 수수료를 문다. 인터넷뱅크는 ATM 수수료가 무료다. 부의금을 보낼 경우 은행 창구에서는 타행 이체로 건당 2000원을 받지만, 간편 송금 서비스 업체인 '토스'로 송금하면 무료다. 매월 두세 번꼴인 경조사 때마다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9일 본지가 '보통 한국인'의 금융 생활을 토대로 예금, 송금, 대출 등 7개 항목에서 오프라인 창구를 이용하는 경우와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를 비교했더니 연간 최대 180만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예금 금액, 수수료 횟수 등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상당한 금액을 손해 보는 것이다.

180만원은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이 계산한 65세 이상 1인 가구 월 생활비(130만원)보다 많고, 부부 월 생활비(210만원)의 약 90%에 달하는 돈이다. 금융 앱 등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면 한 달 치 생활비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집 근처 은행 지점이나 ATM만 이용하는 고령층 창구족과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온라인족의 이자 수익, 수수료 부담 등 금융 비용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온라인 간편송금업체, 온라인 대출중개업체 등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 업체가 등장하면서 격차가 더 빠르게 커지는 중이다.

단적인 예로, 보통예금 이자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은행 지점 창구에서 가입할 때보다 연간 이자가 37만원 많다. 시중은행 평균 이자는 연 1.51%인데, 인터넷은행은 연 2%로 높다. 가구당 평균 저축액 7632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시중은행은 연간 이자가 115만원이고, 인터넷은행은 152만원이다.

◇인터넷은행·온라인 송금 이용도 낮아

인터넷은행은 지점이 없고, 직원도 적어 시중은행보다 이자를 높여줄 수 있지만, 고령층은 수십 년 거래해 익숙해진 시중은행만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신용대출 금리도 인터넷은행이 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연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5.16%지만, 토스뱅크의 경우는 최저 연 3.31%다. 케이뱅크의 '직장인 신용대출'은 최저 연 3.76%다. 과거에는 금리 비교를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요즘은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에서 1분이면 52개 제휴 금융사 상품 가운데 금리가 낮고, 한도가 많은 최적의 대출 상품을 조회할 수 있다.

송금 역시 은행 지점만 이용하는 사람이 수수료 손해를 본다. 매달 10번, 한 번에 10만~100만원을 다른 은행 계좌로 이체한다면 1년에 24만원이 든다. 반면, 토스 앱 이용자는 금액이나 횟수에 상관없이 무료다. 꼭 인터넷은행이 아니어도 시중은행 모바일 앱만 이용해도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각종 온라인 할인에서도 격차 커져

스마트폰으로 최대 10% 할인 구매할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은 판매가 시작되면 10분 만에 발행 물량이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9월 결제 현황(6990억원)을 분석해보니 30~40대의 결제 비율이 78%에 달했다. 반면, 60대 이상이 쓴 금액은 4%에 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층이 썼다는 4%에는 월 구매 한도를 피해 3040세대가 부모 계정을 이용해서 구입한 경우가 상당수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아파트 관리비(85㎡ 전국 평균 월 19만9750원)도 신세계상품권을 최고 7% 통신사 할인으로 구매해 쓱(SSG)페이로 충전해 납부하면, 은행에서 낼 때보다 연간 16만7800원이 줄어든다.

한국갤럽의 작년 3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1년 이내에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60대 이상은 남자 25%, 여자 22%에 불과했다. 다른 연령대에선 모바일 뱅킹 경험자가 90% 안팎이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법인인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노인들은 디지털 금융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큰 데다 자식들이 부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우려해 아예 스마트폰에 금융 앱을 깔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며 "부모가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픽] 창구족 vs. 온라인족 연간 180만원 격차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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