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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이웃에 사는 세레드씨(40)는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하다. 병무청에 근무하는 그의 임무는 경찰과 함께 병역기피자를 검거하는 일. 아들을 가진 이웃들은 세레드씨 보기를 벌레보듯 한다. 특히 얼마전 손자의 전사통지서를 받은 한 할머니가 집으로 찾아와 소동을 피운 사건 이후, 세레드씨 일가는 아파트단지 산책조차 기피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돼 있다. 병무청 집계에 의하면 작년 징집 대상자 22만4천명중 3만1천명이 소집에 응하지 않아 수배자로 분류됐다. 사회가치관 혼란으로 애국심이 저하됐을뿐만 아니라, 잘못 입대하면 체첸에 가서 죽는다는 이유로 병역기피는 「부끄러운 행위」가 아니라 「능력」이 되고 있다.

심지어 병역기피를 돕는 비즈니스까지 번창하고 있을 정도. 「군대 안가는 방법」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며, 중심가 지하철 입구에서 「군면제 상담-돈 적게 들고 가능」이란 전단을 받기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신체검사를 둘러싼 암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신검 불합격 판정에 드는 비용은 약 6천달러 정도.

지난 6일 오후 모스크바 젊은이들이 모이는 푸시킨 광장 앞. 체첸전쟁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라초프 국방장관 아들을 체첸 최전선으로」라는 피켓이 눈에 띄었으며, 사샤라는 학생은 『돈없는 집안의 아들만 체첸에 끌려가고 있다』며 『명분없는 전쟁에서 죽느니,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 모스크바=황성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