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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렬자 (열자)」 주목왕편에 보면 산천을 뒤바꿔 놓고 허공을 날아도 추락하지 않으며 만물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환술쟁이 이야기가 나온다. 주목왕이 이 환술쟁이를 따라 곤륜산에 갔는데 마소의 젖으로 발을 씻으니 서왕모(서왕모)의 궁전에 우화등선한 자신을 발견한다. 곧 중국 고전에서 족(세족)- 발을 씻는다면 바로 속세를 떠난다는 것이 된다.

우리 말에도 주색잡기나 범죄 폭력단체같은 악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온다 할때 발을 씻는다고 한다. 그리고 옛 선비 사회에서 역신(역신)의 집이나 도살장 형장같은 부정탄 곳을 다녀오면 개울물에 발을 씻게 하는 탁족(탁족) 풍습도 그렇다. 곧 발을 씻는다 할때 마음의 때나 부정을 씻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던 것이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발을 씻는다 할때 속세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했으나 서양에서는 속세와의 접촉을 의미했다. 지체가 높은 자가 낮은 지체로 고통받고 있는 자와의 접촉을 이 세족으로 구현한 것이다.

성목요일의 세족식 말고 중세 기독교 국가의 국왕이나 영주들은 부활절 전의 성목요일에 빈자들에게 족(세족) 의례를 베풀었다. 세족을 조각한 은화를 빈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민심과 괴리된 귀족이나 고관들도 천민이나 장애자의 세족으로 민심을 봉합하기도 했다.

세족식의 유래는 이렇다. 성목요일 저녁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장에 도착했을 때 12제자들은 누가 보다 훌륭한 그리스도의 제자인가를 다투고 있었다. 이에 예수는 아무말없이 대야에 물을 담아들고 차례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다. 물론 배신자 유다의 발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예나 하는 비천한 일을 예수께서 손수 한것은、 훌륭하고 위대해진다는 것은 많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의 심부름꾼이 되고 종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써 가르친 것이다. 수시간 후면 예수는 숨을 거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씻어 준 유다의 바로 그 발은 목매 단 올리브나무 아래 대롱거릴 것이다. 그것을 미리 다 알고 씻어주었던 것이다.

연세대 대학병원에서는 부활절의 성목요일을 당해 20여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 장애자들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가져 이목을 끌었다. 성목요일 의식을 베풀었대서가 아니다. 높고 낮게 괴리된 의사와 환자 사이를 역전시키는 교훈적 행사로서의 의미 부여요 그같은 대환자 정신의 정착 확대를 바라는 소망 의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