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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담>

북한의 도발적인 정전협정파괴 공세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일보 북한포럼」을 긴급가동 강인덕 극동문제연구소장과 차영구 국방부정책기획실차장의 대담을 통해 이번 사태의 의미와 전망등을 분석해본다. < 편집자주 >





▲차영구=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 관련 임무 등을 지키지 않겠다는 북한의 선언과 연일 계속되는 판문점 무장진입은 지금까지 정전협정 무력화조치중 가장 심각한 도발입니다. 이는 정전협정 자체를 전면 파기하기 위한 도발로、 북한은 비무장지대내에서 사실상 무장(무장)을 선언했습니다.

▲강인덕=정전협정자체가 파기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군사적 완충지대가 없어져 남북간 전면전쟁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북한은 이제 임의로 군사도발을 감행한뒤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길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휴전후 40여년만에 가장 첨예한 충돌가능성에 직면한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순수한 군사작전 필요성을 감안해서라도 북측과 접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아 미-북 장성급 군사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차=이번을 계기로 북한은 향후 정전협정 자체를 파기하는 공식선언을 할 수 있을 것인데、 이 경우 과거의 비핵확산조약(npt)탈퇴선언 이상가는 충격을 줄 것입니다. 이외에도 다른 여러국면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중무장 또는 정식무장、 군사분계선 월경(월경)도발、 해상어민납치나 무장침투、 서해 5도에 대한 도발공격 등이 그 예입니다.





▲강=북한은 과거 북핵사태에서 위협과 벼랑끝전술로 큰 재미를 본 것 같습니다. 그때처럼 끝까지 사태를 몰고가 모든 것을 챙기려할 것입니다. 체제개방을 않고 군사적 위협을 통해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북한의 요구는 40억달러에 이르는 경수로비용의 몇배이상 가는 엄청난 것일 겁니다.

▲차=북한이 이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미-북잠정협정체결、 유엔군 사령부해체、 주한미군철수 등을 단계적으로 실천해갈 수 있는 호재인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 공동대응이 무엇보다 긴요합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난과 심각한 이완현상을 통제하고 국제사회에서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높여 외국으로부터 각종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외부적으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 등과 관계정상화를 도모하며 동시에 한국사회에 불안감을 조성、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강=북한의 이같은 행동은 국제사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란 점에서 곤혹을 더합니다. 우리로선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맞대결할 것인가하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차=이번 사태로 군사분계선일대에서 남북간 군사적 충돌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으며 북한의 군사적 오판가능성도 더 커졌습니다. 이번 위기는 김정일체제가 심각한 붕괴위험에 따른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체제 붕괴위험을 탈피하기 위한 다목적수단으로 일련의 과정을 밟고있는 것입니다.

▲강=현재 북한은 당도 정치국도 없으며 군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을 계기로 군의 발언권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북한의 명령은 모두 최고사령관 명의로 나옵니다. 정상적인 공산주의체제에서 볼수 없는 기형적 구조입니다. 북한 스스로도 중앙통제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됐습니다.

▲차=작년 이후 김정일의 현지지도 가운데 절반이상이 군 부대시찰이었습니다. 북한은 사실상 군부통치체제인데、 이번 상황은 군의 위상과 발언권을 한층 높여준 것입니다. 외교부 등 다른 부처를 압도、 대남-대외관계에서 강경노선이 주류를 이룰 것입니다.

▲강=자유무역지대 설치 등 북한이 중국을 모방한 제한된 개방개혁정책을 이제 포기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최근 자유무역지대지위를 순수한 중계지대로 바꾸었는데、 외국이 북한을 돕지않는 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조치로 미뤄볼 때 북한내에서 개방개혁을 주장하는 테크노크라트들의 입지나 발언권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봅니다.

▲차=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는 군사적-외교적 두가지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정전협정체제를 준수하면서 북한이 무장병력증강배치나 월경등 협정에 도전할 경우、 우리도 즉각 대응하는 것입니다.

외교적으로도 정전협정 일방폐기는 국제법에 대한 엄연한 위반인만큼 국제사회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하도록 하고 유엔안보리 등을 통한 정전협정준수 권고、 중국-러시아-유럽국가 등을 통해 무모성을 지적하는 외부압력도 가능합니다.

한미 공조차원에서 미국에 대해 우리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고 군사분야 공조도 강화해야 합니다. 북한이 계속 제2、 3의 위협과 행동을 해올 경우、 중유제공중단、 핵시설사찰 강화、 대북금수(금수)조치 등 제재수단을 직접 적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강=문제는 북한이 우리의 조치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최악의 상태、 즉 전면전쟁 발발 일보직전까지 치달을 경우입니다. 북한은 그런 수순까지 상정했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우리 내부의 관심과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지난번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때처럼 우리 국민들이 나약한 태도를 보인다면、 백약(백약)이 소용없습니다. 전쟁을 막기위해선 싸워이기겠다는 국민들의 강인한 안보의식이 필수적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결집시키는 게 매우 시급한 과제인데、 탈냉전적 상황에서 안보의지를 얼마만큼 결집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또 북한이 금방 무너질 것처럼 생각해 군사적 능력과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차=북한의 경제난과 군사력은 별개 문제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은 모든 것을 군사력에 투자하고 김정일도 군사력강화를 최우선시해왔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승패를 떠나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김광진차수의 발언도 전쟁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전쟁억제에는 강한 의지와 군사적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미간에도 한반도평화유지라는 공동목표에 인식이 일치합니다. 최근 윈스턴 로드국무부차관보도 언급했듯이 미-북간 잠정협정체결이나 고위 군사위원회설치 같은 북한주장에 대해 미국은 앞으로도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강=그러나 북한이 공개-비공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표시하면서 주변국들에 신호를 보낼 경우、 주변국들이 북핵사태때처럼 북한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고 긴장을 완화하자는 입장을 보이게 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태가 펼쳐지면、 우리와 주변 우방국들과 의견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며、 국내 여론도 대북지원론과 강경론으로 엇갈리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여러 조건을 내걸고 현금 등 각종 대가를 요구할 때 우리가 상당부분 이를 부담하는 상황이 펼쳐질 지도 모릅니다. 당장 미-북미사일회담에서 북한은 상당한 요구를 해올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와 무관한 사태에 대해 우리가 애꿎은 부담을 떠맡아야 할 때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참 어려운 과제입니다.

▲차=미-북간에는 미사일、 유해송환、 연락사무소 등 여러채널에서 접촉이 진행중이고 아직까지 정치적 군사적 의제를 놓고 본격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양자간에 정식으로 다뤄지면 한반도문제는 북한의 페이스에 빠져 한국이 설 땅을 잃어버릴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미-북접촉시 한-미간의 철저한 사전 및 사후조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강=우리 정부는 먼저 국민들에게 북한 위협의 실체를 알려 정확한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둘째、 총선후 새로 구성되는 여야정치인들도 대북문제에 관한 입장차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힘인데、 그 힘은 일치된 단결력입니다. 또 한반도밖의 탈냉전과 한반도안의 냉전적 상황을 착각해 「우리가 형님이다」 하면서 북의 군사적 위협을 간과하는 감상주의는 절대 금물입니다.

우리가 밀리기 시작하면 끝없이 북한에 굴복하는 악습을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중국의 전쟁위협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한 대만정부와 대만인들의 대응자세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귀감으로 삼을만 합니다. < 정리=송의달기자 >

강 인 덕

<극동문제 연구소장>

차 영 구

<국방부 정책기획실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