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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총장 조요한)는 통일문제를 전문으로 다룰 정책과학대학원 개원기념으로 7일 오후 동교 사회봉사관백 마당에서 전 부총리 이한빈씨의 변천하는 세계정세와 통일한국의 경제방략 과 언론인 양호민씨의 남북통일의 사상적 기조 라는 주제의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양씨의 논문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주>

해방후 지금까지 민족통일의 문제는 남북을 통하여 쉴새없이 제기돼왔다. 북의 경우는 통일에 대한 당의 교조주의적 정책노선이 확고하게 수립돼 있어 국내외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도 그것을 고수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통일된 나라가 어떤 나라로 돼야 한다는 이른바 통일조국의 상 이 언급되지 않은채 통일의 당위성만이 강조돼 왔다.

통일국가에 관해 절대다수 한국 국민이 추구하는 목표의 최대 공약수를 요약하면 민족적으로는 자주독립국가,정치체제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민주주의국가,경제적으로는 고도의 공익성과 균형을 이루는 시장경제제도,사회적으로는 복지국가,문화적으로는 사상 문학 예술이 다양하게 꽃피는 자유주의 사회라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통일의 정치사상적 기조로 규명해야 할 것은 첫째 민족관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모든 민족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 레닌의 교훈이었다. 이 교훈에 충실했던 김일성은 그러나 중소분쟁으로 국제공산주의 진영이 분열하자 자국의 이익,자국의 주권을 강조하는 환경의 변화속에서 당의 주체 의 확립(주체사상)을 내세웠다.

이는 형식은 민족주의적이지만 내용은 계급적인 개념을 고리로 해 북한 인민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로 도식화한 것이다. 그는 이것을 기조로 해 남북통일의 전략을 세웠다.

김일성의 민족통일정책은 "남조선에서 미 제국주의자들을 몰아내고 민족해방혁명을 완수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잘 요약돼 있다. 그가 말하는 민족해방혁명의 완수 란 남조선을 해방하여 공산주의식 민족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족해방 혁명은 공산당의 지도하에 노동계급 농민 극소수의 지식인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여기서 그들은 민족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종교인 자본가 자유민주주의자 부르주아 인텔리 등을 가리지 않고 포섭할 수 있는 한 모든 비공산주의 세력을 규합하여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는데 끈질긴 노력을 쏟아왔다.

김일성은 민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민족적인 것을 열렬히 제창한다. 그렇다고 그의 민족관이 민족주의자를 비롯한 비공산주의자들의 민족관과 결코 동일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기식 공산주의자들만이 민족의 엘리트요 민족적 의지의 담당자며 민족전체를 일당독재에 의하여 이끌고 나갈 정치적 도덕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주의적 일인독재의 이데올로기로서의 김일성의 주체적 민족관 에 의거하여 민족통일의 길을 따라간다는 것은 곧 예속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민족구성원의 자유와 인권,활기찬 창조력,이성,비판정신,자유로운 생업활동이 보장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일하자는 것이 민주주의적 민족관이다.

다음으로 규명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개념이다. 남북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일국가가 택할 정치체제다.

북한의 민주주의는 해방직후부터 보편적 민주주의 이념을 부정하는데서 출발했다. 김일성은 조선에는 "미국이나 영국식 민주주의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의 이상형은 소련의 스탈린식 민주주의이다. 이 진보적 민주주의는 공산당독재를 본질로 하는 인민민주주의(50~60년대)니 사회주의적 민주주의(70년대 이후)니 하는 것으로 전개됐다.

북한의 민주주의는 남한이 추구하고 있는 민주주의와는 이념이나 제도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같은 것은 민주주의라는 용어 뿐이다. 통일된 한반도가 민주주의를 택한다고 할때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는 모든 국민들의 자유와 예속,생과 사가 걸린 절대 중요한 문제다. 통일된 한반도는 공산주의 파시즘 독점자본주의 군부 등 어떠한 정치세력의 독재하에 들어가지 않고 자유로운 나라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공산당을 포함한 모든 정파들이 그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 즉 자유민주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통일국가를 상정할때 민주주의의 근거지는 남한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해방 직후부터 조국통일의 전략적 기지라 하여 민주기지 노선을 내세워 왔지만 그것은 민족해방혁명에 의하여 남한까지를 스탈린화하자는 공산주의의 전략기지다. 북한이 민주화되지 않는한 민주주의적 통일의 기지의 기반을 다지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