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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비스업 종사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우리경제의 선진화를 나타내는 좋은 본보기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의 구조적 측면을 잠시 덮어두고 고용시장의 변화만으로 추론하면 이것은 분명 선진화의 한 조짐일 수 있겠다. 교용패턴은 어김없이 1차산업과 제조업의 감소와 3차산업의 비대화라는 선진형 구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 변화는 시장경제의 일반적 흐름일 터이다. 그러나 우리가 공업화 후발국으로서 누리는 이점은 이같은 선진공업국들의 경험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며 이같은 발전과정에서 노출된 시장경제의 맹점과 시행착오들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서비스 인구 1천만명 돌파는 선진화의 징표가 아닌 어리석은 실패의 반복이다. 90년대 이후 세계경제 최대의 위기는 범지구적 차원의 금융화와 거품현상이고 그 바탕이 다름아닌 경제의 소프트화,서비스화에 있었음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이 통제하기 어려운 거대한 시행착오 때문에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있으며 그 완전한 치유에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예측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 산업과 정책의 큰 오류는 바로 이같은 선진경제의 허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점이다. 최근들어 이런 오류에 대한 반성이 자주 논의되었지만 여전히 그에 대응하려는 합의된 노력이 부족하다. 최근 3년간 경제활력이 급속히 저하한 것도 이 때문이며,지난 한해만 65만명이 3차산업에 몰린 현상도 그 때문이다.

뒤늦게 제조업 경쟁력에 관심이 돌려졌지만,제반여건들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서비스화를 촉진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런 상태는 더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물가를 걱정하고,국제수지를 우려하며 과소비를 개탄하면서도,산업의 서비스화-연성화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제동없이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겹치는 선거까지 가세하여 소비경제만 부추긴다. 그러고도 우리는 6조원에 달하는 소비재 수입만 개탄해 마지 않는다. 이것은 앞뒤 안맞는 일시적 자기변명일 뿐이다.

정부는 정책으로 과소비와 내수과열을 부추기고,기업은 입으로는 생산투자를 외치면서 이문많은 소비재수입에 열을 올리고,소비자들은 별 생각없이 편하고 비싸고 좋은 것만 찾는 가운데서 우리의 근로자들이 힘든 생산의 현장에 머물러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다. 이것은 단순한 물가문제만도 아니고 국제수지적자의 문제만도 아니다. 어수선한 정치시즌이 끝나는대로 정부와 산업계는 1천만 서비스시대의 참된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함께 다루어 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