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대선을 앞두고 각 부처에서 정책 아이디어 가뭄 현상이 벌어졌답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가 동티가 날 수도 있어 몸조심하다 보니 그렇다는 겁니다.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보고서 잘못 쓰면 다친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이전 대선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정권 말이라고 해도 공식적인 정책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하고, 물밑에서 비공식 정책 보고서들을 정치권으로 넘기곤 했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여당에서 요청하면 물밑에서 정책 초안을 작성해주는 일도 적지 않았고, 요청이 없더라도 각 부처에서 미리 정책 방향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전략'도 펼쳤다고 합니다. 그 후보가 당선돼 부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이 추진되기를 노린 것이죠. 하지만 이번 대선 시즌에는 그런 일이 사라진 모양입니다. 한 기재부 국장은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될지에 따라 보고서 1안, 2안 작성하는 것도 요즘은 큰일 날 일"이라면서 "지금은 머릿속으로만 보고서를 쓰는 중"이라고 했습니다.작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내부 회의에서 "차기 대선 어젠다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가 문제가 됐고, 두 달 뒤인 작년 11월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여당의 대선 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여성가족부 차관과 과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까지 하면서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관료들이 엉뚱하게 몸을 사리다 보니 정책 지연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옵니다. 하지만 관가의 대체적 평가는 이런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한 경제 부처 국장은 "미리 줄 서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 같다"면서 "이게 정상적인 상황 아니냐"고 하더군요. 당연한 일인데 아직은 낯선 모양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책 아이디어, 보고서가 쏟아지길 기대합니다. 기고자 : 황지윤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0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