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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IT 아카데미 1기 모집, 경쟁률 10대 1

지난달 KB국민은행이 대학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모집한 'IT 아카데미(IT's Your Life)' 경쟁률이 10대1을 기록했다. 50명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에 491명이 지원했다. 화이트칼라 사무직의 대명사인 은행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개설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총 3개월간 인공지능(AI)과 웹·앱 개발, 데이터 분석 등 실무에 활용 가능한 부문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수료 후에는 1대1 취업컨설팅과 KB국민은행 해외지점 견학 기회 등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 핀테크 발전과 비대면 금융의 확대로 국내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IT(정보기술) 능력이 은행 취업에 중요한 스펙(자격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바늘구멍이 된 은행 취업문을 뚫기 위해 IT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은행 취업에 필수로 자리 잡는 IT

최근 상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한 우리은행은 지점 창구 등에서 근무할 일반직 신입 행원을 뽑을 때도 IT 능력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교육생과 이수자, 정보처리기사 같은 IT 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과생의 '좋은 일자리'였던 은행권 신입 공채 규모가 축소된 데다 그마저도 디지털 인력 위주로 뽑는 추세이다 보니 취준생들이 IT 관련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은행은 직원 200명을 공개채용하면서 그중 170명을 IT·데이터 부문으로 뽑았다. 이렇다 보니 요즘 금융권 취준생 커뮤니티에서는 금융 자격증 외에 ADsP(데이터분석준전문가시험)나 COS(코딩활용능력시험) 등 IT 자격증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IT 인재 '데려오자'에서 '키워서 쓰자'로

은행권의 디지털 인재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5대 은행장 모두 올해 신년사 화두로 '디지털'이란 키워드를 던졌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은행들은 유능한 IT 개발자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으로 빅테크를 따라잡으려 했지만 심각한 '구인난'이 발목을 잡았다. 몸값이 높은 경력 개발자들은 은행보다는 게임회사나 IT 기업으로의 이직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 주업무인 금융업을 지원하는 2선 조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보니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개발자들은 복지나 처우 못지않게, 배울 게 많은 개발자가 있는지도 중시하기 때문에 영입전에서 전통 은행이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은행을 포함한 국내 150개 금융기관의 IT 인력은 전체 임직원 중 4.5%에 불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기술직 비율(40~50%, 500여 명)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다.

경력 있는 개발자 영입이 어렵게 되자 은행들은 IT에 관심 있고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신입으로 뽑아 키워 쓰는 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 은행 임원은 "디지털 관련 사업은 앞으로 계속 확장될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외부 인재 수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뽑아서 키워 쓰는 인재는 외부 개발자에 비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처지 열악한 지방은행은 IT 인재 못 구해 발동동

지방은행은 더 어려운 처지다. 최근 금융 당국에서 은행권에 고령자 친화적 디지털 서비스를 주문하면서 디지털 인재 수혈이 시급해졌는데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지방 근무'라는 핸디캡 때문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이공계생의 취업·이직 남방한계선은 (경기도) 판교까지라는 말이 있다"며 "특히 은행이 원하는 3~5년 경력의 실력 있는 IT 개발자들의 경우 안 그래도 각종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기 때문에 본점이 부산이나 대구 등에 있는 지방은행으로는 잘 오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에 두 차례 IT 개발자 경력직 채용을 실시했다는 또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는 "절대적인 지원자 수가 매우 적은 것은 물론,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지원자도 없어서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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