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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설문… '올해 경영환경 호전됐다' 응답은 한 곳도 없어

삼성·현대차·SK·LG·롯데를 포함한 국내 2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보다 올해 채용을 늘리겠다"는 곳은 5곳(20%)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말 본지가 공기업과 금융그룹을 제외한 자산 기준 국내 20대 그룹 대상으로 경영 상황과 투자·채용 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나머지 15개 그룹사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보수적인 경영 방침'(8개 그룹)을 가장 많이 꼽았다. 청년 채용을 대거 늘리겠다는 대기업들의 약속과 달리, 실제 올해 국내 대기업 채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엔 워리스크까지… "올해 경영 환경 호전됐다"는 곳은 '0'개사

최근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갈수록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대기업은 통상 1~2월에 지난해 수립한 신년 전략을 어떻게 실행할지 세부 전략을 짜는데, 올해는 3월이 될 때까지 실행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석유화학 업종의 한 대기업 CEO는 "1년 넘게 지속되는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내 대선 이슈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터졌다"며 "파장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도 지난 연말 신년 경영 전략을 세울 때보다 달러당 50원 이상 올라 힘겨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환율이 1% 오를 때 6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 대상 국내 20대 그룹 중에서도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호전됐다"고 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악화됐다는 그룹사가 8곳(40%),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그룹사가 12곳(60%)이었다. 기업들은 특히 올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했다. 9개 그룹사는 "경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했고, 나머지 11개 그룹사도 "다소 크다"고 답했다.

국내외 변수 중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해 14개 그룹이 "영향이 크다"고 답했고, 6개 그룹이 "다소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영향 없다는 응답은 '0'였다.

국내적으로는 탄소 중립 등 환경 규제와 대선에 따른 정치 환경 불확실성에 대해 '영향이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 5대 기업 대관 담당 임원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그동안 추진해 온 산업 정책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요 대기업 대관팀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은 투자 활력 높이고 반기업 정서 없앴으면"

20대 그룹은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으로 '신사업 진출'(12곳), '사업전반의 비용절감'(12곳)을 가장 많이 꼽았다(복수 응답).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7곳),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3곳)을 꾀한다는 곳도 적지 않았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그룹은 7곳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그룹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축소할 것이라는 그룹도 한 곳이었다. 이들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신사업·투자 관련 규제 혁신(18곳)을 가장 많이 꼽았다(복수 응답). 그 뒤를 이어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등 노동 규제 완화(11곳), 법인세 인하 등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10곳)의 순이다.

9일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는 차기 대통령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경제정책으로는 '투자활력제고'(14곳·70%)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다음으로 반기업 정서 해소(5곳·25%)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고, 소비 활성화라고 답한 곳도 있었다.

[그래픽] 20대 그룹에 물었더니 기고자 :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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