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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슈페리어갤러리서 첫 전시

시간은 흐른다.

만화가 기안84(본명 김희민·38)의 시간 또한 흘러가고 있다. 그가 최근 그린 유화 '시간' 연작처럼 그것은 녹아서 비가역적으로 흘러 내려가는 융해의 이미지로 시각화된다. 기안84에게 대중적 인기를 안겼던 웹툰 '패션왕' '복학왕' 주인공(우기명)의 얼굴이 화면 중앙에서 녹아내린다.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 화풍으로 나뭇가지에 걸린 시계 또한 녹고 있다. 약간의 부(富)를 상징하는 롤렉스 시계는 그 기능적 견고함과는 별개로 그림 속에서 덧없이 소멸한다.

만화가에서 화가로 변신한 기안84의 첫 개인전이 오는 25일부터 4월 5일까지 서울 대치동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열린다. 팝아트 성격의 그림(18점)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를 주최한 스타트아트코리아 측은 "만화가가 아닌 화가로 새로 시작하는 기안84의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왔으나 '자화상' '인생 조정 시간' 등 그림은 여전히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 2008년 데뷔해 지난해 '복학왕' 완결로 잠정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12년의 시간이 출품작에 고스란히 담겼다. 기안84는 작년 연말에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제는 무서워서 시작을 못 하겠다"며 "웹툰 한편에 주당 5~6일은 붙잡고 있다 보니 10년간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스타트아트코리아 관계자는 "기안84가 설명하길 만화로 돈은 벌었지만 청춘은 얼음 녹듯 흘러가 버렸다더라"고 했다. 이제 화가는 뒤돌아보는 대신 그 시간을 직시하고 있다. 기고자 :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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