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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즉시 설치＂ 2심 판결 파기… 장애인단체 소송 8년만에 결론

버스 업체가 장애인 승객을 위한 휠체어 탑승 설비를 버스에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장애인 단체들이 관련 소송을 제기한 지 8년 만에 내린 최종 판결이다. 다만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시기와 범위는 버스 회사들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 하급심 법원이 다시 정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 장애인 3명이 대한민국과 서울시, 경기도, 버스 회사 2곳을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4년 버스 회사 금호고속과 명성운수가 시외버스와 광역형 시내버스에 저상(低床) 버스를 도입하지 않고 휠체어 탑승 설비도 장착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저상 버스는 전국 시내버스 중 16.4%에만 도입됐고, 광역·시외버스는 한 대도 없었다. 또 휠체어 탑승 설비가 설치된 시내버스나 시외버스 역시 전국에 한 대도 없는 상태였다.

1·2심은 저상 버스 도입은 버스 업체 의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반면, 버스 회사들이 즉시 모든 노선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휠체어 탑승 설비 도입이 의무라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교통 사업자에게는 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누구든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차별 금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장애인 승객을 위해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저상 버스 의무화에 대해서도 "법령에 승하차 편의를 위한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규정만 있을 뿐 저상 버스 도입 규정은 없고, 고속 구간이 많은 시외버스나 광역형 시내버스에 저상 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며 1·2심과 같은 판단을 내놨다.

그러나 대법원은 버스 회사들이 '판결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하도록 한 원심 판결은 법원의 재량을 벗어나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버스 회사들의 재무 상태가 튼튼하지 못한 데 반해 휠체어 탑승 설비의 설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고자 :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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