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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빠른 코끼와 느린 거북이의 경주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우화다. 또한 민족이나 나라에 따라,시대와 이데올로기가 바뀜에 따라,거북이가 예찬되고 토끼가 매도되고 또 토끼가 예찬되고 거북이가 매도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이 빠른 것을 자만하여 도중에 잠을 자다가 거북이에게 추월당한 토끼 매도-거북이 예찬이 상식이 돼왔고 지금도 유치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한데 미국에서는 달리 가르치고 있다. 거북이가 토끼를 깨우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은 경쟁의 원칙에 어긋난 불공정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거북이 매도론이 우세하다. 당당히 두들겨 깨워 재출발 해야하며 상대의 결점을 악용,승리한다는 것은 무효라는 것이다. 공정원리와 경쟁원리가 바탕이 된 미국 사회이기에 수긍이 가는 덕목이다.

중국에서도 거북이 매도론이 우세하다던데 그 이유는 미국과는 다르다. 절강성의 한 소학교에서 대두된 쟁점으로 거북이가 잠들고 있는 토끼를 깨워서 사이 좋게 진행하지 않은 것은 공산주의가 지향하는 기회의 평등-분배의 평등-결과의 평등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미국은 기회에만 평등이 주어지는 경쟁이어야 한다는 것인데,중국은 결과까지 평등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의 공산주의 오염이랄 수 있다.

한데,근래 일본에서 토끼 예찬론이 대두되고 있어 흥미롭다. 고도성장을 계속해온 일본사람들은 백 미러도 보지 않고 돌진해 오다 보니 빨리 이른다는 것이 반드시 장땡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자고가는 토끼의 지혜를 터득하자는 토끼운동이 새봄의 새바람으로 몰아붙이고 있다한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벌이는 노동운동인 춘투의 올해 이슈는 일 덜하는 일본인이 되자는 것이요,굴지의 유수한 기업들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15분 줄이는가 하면 각자의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연속휴가를 가질 수 있는 플렉스 홀리데이 제도를 도입하고 개인의 생일 휴일제-결혼기념일 휴일제를 도입하는 등 자고가는 토끼정신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우리보다 고속으로 달려왔고 또 어려운 gnp고개를 넘어선 일본에서의 일인 것이다. 아직도 그 마루턱에 이르지 못한 우리 한국사람들이 구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 하고 그저 놀 일이나 놀거리만 보채는 토끼지향은 큰 착각이요,망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