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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의 대권후보 경선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경기회복책 을 갖고 있음을 유권자에게 알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미 국민들은 냉전종식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자부심보다는 극도의 비관주의에 빠져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다. 자식세대가 지금보다 더 못살 것으로 믿는 국민이 절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여러번 나왔다.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감을 잃은 국민들에게 우루과이라운드(ur)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등 세계 경제적 사안보다는 예산적자나 감세 등 국내 경제문제를 주로 거론하고 있다. 세계 경제 지도자로서의 대승적 정책이 아니라 단기적,국부적 과제를 우선시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 신고립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래의 경제전쟁의 서곡이 이미 울렸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대권후보들은 장기 불황으로 내수기반의 성장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80년대 연평균 1천2백만대씩 팔리던 자동차가 요즘은 연 8백만대선에 그치고 있다. 인구구조의 노령화와 베이비 붐 세대의 비중 감소로 신규 수요가 거의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갈 길은 뻔하다.

해외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수밖에 없다. 후보들이 우리의 60,70년대처럼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강하게 밀어 붙이리라는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미국이 앞으로 공세적 대외 통상정책을 강화하면서 시장개방 압력의 주공격 목표는 일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접한 아시아국가인 우리나라에도 불똥은 떨어지게 돼 있다. 벌써 반일감정이 반아시아 감정으로 비화돼 우리를 제2의 일본 으로 보는 시각들이 대두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한국이 일본과 무엇이 다르냐"며 동일시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대외경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노리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작년에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된 것을 놓고 이것이 한미 통상마찰 완화에 기여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 발표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연례보고서도 한미간에 마찰요소가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라는 생각이다. 미국이 무역수지보다는 불공정무역 관행에 대한 제재를 대외통상압력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또 ur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내에서 자유무역주의가 퇴조하고 종래 ur를 통해 추진해 온 다자간 시장개방을 양자간 문제로 돌려 우리에게 농산물 금융 등 서비스분야 지적소유권에서 무차별 개방압력을 가해 올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해영 워싱턴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