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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7명,스탠퍼드 4명,ucla 5명,미시간 10명,버클리 7명,일리노이 4명,동경대 7명,독일 아헨공대 4명. 서울공대 교수들의 박사학위 취득 대학별 분류다.

공학으로는 알아주는 대학들인 셈이다. 탁월한 고등학생,우수한 대학생 시절을 거쳐 오늘 이 자리에 선 교수들. 이들은 지금 비판받는 입장이다. 서울공대 교수들을 휘감고 있는 고민은 두가지다.

첫째는 연구자로서의 기능이 퇴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도 낡아간다. 첨단의 분야일수록 더 빨리 세월을 탄다. 지식의 값이 옛 가치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지식의 반감기.

"요즘은 한 3년 될까요. " 그 자신 전기공학자로 동경공대 학장을 지낸 이노세씨(저뢰박)의 감회다. 하루가 새로운 첨단의 세계. 그 세계에선 연구로부터 손을 빼는 순간,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한다. 모르면 몰라도 상당수 서울공대 교수들은 이런 강박관념에 갇혀있을 것이다.

외국의 신간이나 몇권 훑어보면,그날 그날을 때워가는데 불편이 없는 사회-인문과학 분야. 공대교수의 눈엔 이런 팔자가 상팔자로 비친다.

공대 교수들의 두번째 고민은 교육자로서 과연 제구실을 하고 있는가 하는 자기회의다. 교육의 제품은 학생이다. 불량품을 만들어내는 공장,그 공장엔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친다.

학교가 능력없는 졸업생을 사회로 내보내게 되면,역시 같은 반응이다.

민간기업의 연구소 책임자들은 요즘 대놓고 서울공대 제품 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이 소리가 그들을 길러낸 선생님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가 없다. 교육불량품의 양산은 교수만의 책임인가.

서울공대 김태정교수의 주당 시간표를 보자. 불량품 제조책임의 정부의 몫,사회의 몫,교수의 몫의 할당비율을 가려내는 힌트가 그 속에 담겨있다. 전자공학과 소속의 김 교수는 1주 3과목,10시간의 강의를 맡고 있다.

공학수학(50명 수강),불규칙신호이론(40명 수강),신호 및 시스템(45명 수강)이 담당과목이다. 맡은 클라스의 학생 숫자로만 봐도 국민학교 선생님같다.

이런 강의의 준비,실험,과제물채점 시험채점 등에 최소 56시간이 소요된다는게 그의 계산이다. 여기다 대학원생 논문지도 16시간 세미나 7시간을 합하면 79시간. 아무리 시간을 짜내도 자신의 연구에 할당할 시간은 고작 16시간.

주당 95시간의 노동시간중 자신의 연구시간이 16시간밖에 안되는 연구노동자. 이게 서울공대 교수의 현주소다. 김 교수의 용기있는 고백을 들어보자.

"그것도 계획일 뿐,90년 2학기에 최소한의 강의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3~4주 정도였다. " 60년대초 sony의 현 회장 모리타(성전소부)가 "별세계 같다"고 혀를 내둘렀던 at&t bell연구소가 그의 전 직장.

88년 귀국후 국제학술지에 한편의 논문도 싣지 못했다는 토로가 실감이 난다. 원인은 어디있나. 학사 3천2백45명,석사 1천67명,박사과정 6백13명. 이것이 91년도 서울공대 과정별 학생등록 현황이다. 교수 1인당 31.4명의 학생을 맡고있다.

지난 10년간 서울공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숫자는 3배,박사학위는 17배가 늘었다. 학부숫자만은 수도권인구 억제정책에 의해 묶여 있었다. 교수는 얼마나 늘었을까. 30% . 이게 정답이다.

포항공대는 특수한 대학이다. 국내 최대기업이 최소학생의 대학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포항의 기준으로 서울을 베는 것은 이래서 잔인하다. 하여튼 포항공대 교수 1명은 학생 7명을 맡고 있다.

칼텍이 3명,mit공대 4.5명,동경대 10명,미국 주립공대 15명,한국의 과기원 15.7명 순이다. 줄을 세울 필요도 없다. 보나마나 골찌다. 이 지경이니 사립대학이나 지방대학은 돌아보지 않는게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하다. 정부는 교육불량품 제조책임을 교수들에게만 떠넘길 수 있을까.

기업은 대학에 불량품 공급이유를 추궁할 수 있을까. 나라의 원기를 좌우하는 생산력,그것을 뒷받침하는 공학교육. 정부와 사회가 이 원리를 잊고 있던 사이,한국공학의 현장은 이처럼 황폐해졌던 것이다. 기술변화의 속도에 뒤처지면서,넘치는 학생들에 짓눌리는 서울공대 교수들.

지금 서울공대 캠퍼스에는 한국 공학교육의 엘레지만이 들려오고 있다. <권문한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