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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가동중단 5년만에 발표
울산서 충분히 생산 가능한데
왜 갑자기… 정치권 압력 때문?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군산조선소 재가동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조선업 불황으로 2017년 가동을 중단한 지 거의 5년 만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현대중공업이 경제 논리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치권에 떠밀려 재가동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에서 전북도·군산시와 내년 1월부터 조선소를 재가동하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2010년 운영을 시작한 군산조선소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한창 호황일 땐 근로자를 4000명 넘게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선박 수주 절벽으로 일감이 없어지면서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협력 업체 90%가 문을 닫거나 군산을 떠나면서 사실상 지역 조선업 생태계는 붕괴했습니다.

근데 현대중공업은 갑자기 재가동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회사 측은 최근 선박 수주가 많아져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우선 코로나 사태 이후 선박 수주가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울산조선소 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10곳 중 2곳은 비어 있습니다. 또 재가동되는 군산조선소는 선박을 완성해 선주에 납품하는 게 아니라 부품 조각(블록)만 생산해 울산조선소에 납품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사실상 반쪽짜리 재가동이죠. 조선업계 관계자는 "블록 생산은 울산에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굳이 먼 군산에서 만들어 옮겨올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군산조선소 재가동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이 지역 국회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의원직을 걸겠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한 것도 군산조선소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위해 군산조선소 문제는 매각이든 재개발이든 재가동이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사업적 판단에 맡기는 게 원칙입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그게 아니라 정치권의 생색내기용이었다면 결국 그 피해는 현대중공업과 협력 업체가 떠안게 될 것입니다. 기고자 :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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