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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 확진자의 사전 투표 과정에서 일어난 사태를 보면서 두 가지를 실감했다. 공직 사회의 안이한 대응, 그리고 정부 부처 간 업무 공조와 자료 공유가 부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공직 사회의 안이한 대응으로 여러 차례 대형 재난을 겪어 왔다. 2014년 299명이 사망한 세월호가 그랬고,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2003년 192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지하철 참사, 1995년 101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같은 해 508명의 사망자를 낸 삼풍백화점 사고 등 사례는 많다. 물론 공직 사회의 안이한 대응이 모든 재난의 원인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재난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전 투표에서도 산술적 셈법으로 전체 확진자와 격리자를 투표소 숫자로 나누어 투표 예상자를 투표소당 최대 20명으로 잡은 것을 보아도 그렇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적 편차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민주사회의 기본인 비밀투표 원칙보다는 하나의 선거구에 하나의 투표함만 존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고집한 것을 보아도 복지부동식 안이한 대응이다. 이번 사태에서 사망자와 같은 피해는 없었지만 그 후유증은 그보다 훨씬 심각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짚고 가야 할 것이다.

정부 부처 간 업무 공조와 자료 공유가 부재한 것은 더욱 심각하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래 질병관리청에서는 거의 매일 환자 발생 통계와 대국민 유의 사항 등을 국민에게 주지시켰다. 국가적으로 상당한 노력을 투자한 것임에 누구도 이견이 없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역 보건소에서 문자가 오는 것은 물론, 제반 지원과 함께 초기에는 동선도 파악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 행정안전부, 지자체가 협력해 확진자와 격리자의 주소와 현황 등 세부 정보가 국가전산망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부처 간 이러한 정보를 공유해 컴퓨터 지도상에서 특정 지역의 확진자와 격리자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철저히 대비했다면 1만4000여 사전 투표소 중 혼란이 예상되는 지역의 정확도 높은 투표 인원 예측과 함께 그에 따른 혼란도 최소화했을 것이다. GIS(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을 이용하면 공간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해 최적의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미 1995년부터 국가 GIS 사업을 통해 컴퓨터 지도를 보급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으로 시작된 GIS는 이제 시장 규모가 연간 10조원에 달할 만큼 대단한 발전을 했다. GIS는 구글맵이나 카카오 지도 같은 내비게이션은 물론, 각종 생활 편의 시설의 위치 제공과 함께 선거에서도 핵심 기술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미국 민주당의 GIS 데이터 기반 마이크로 전략 지도를 이용한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 전략이다. 상대보다 탁월하고 효과적인 전략으로 오바마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국내에서도 GIS 마이크로 전략 지도를 만들어 2016년과 2020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활용했다.

정부가 시작한 사업을 기반으로 민간에서 산업이 활성화되고, 국민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는데도 실제 정부 내에서 활용을 못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사물인터넷(IoT)과 로봇, 가상현실, 인공지능(AI) 같은 혁신적 기술이 이끄는 4차 산업 시대에 아날로그 사고방식에 머무르는 공직 사회가 하루속히 혁신돼야 할 것이다. 혁신의 시대에 아날로그 의사 결정으로는 국가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기고자 : 김계현 인하대 명예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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