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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메이커에서 킹메이커 되나

최근 NBA(미프로농구)에서 제일 기세가 좋은 팀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다. 팀 내부 마찰로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출전을 거부해온 벤 시먼스를 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제임스 하든(33)과 바꿨고, 그때부터 4경기에서 3승1패로 상승세를 탔다. NBA가 발표한 3월 첫째 주 파워 랭킹 1위. 지난주 순위에서 일곱 계단을 한 번에 뛰어올랐다.

하든은 세븐티식서스의 터줏대감 조엘 엠비드와 오랫동안 함께 뛴 듯 호흡이 잘 들어맞는다. 하든은 골밑 돌파, 중장거리 슛 등 가드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갖췄다. 상대팀이 혼자 막기 어려울뿐더러, 그렇다고 2~3명이 달라붙으면 수비수를 바보처럼 만드는 날카로운 패스까지 뿌린다. 센터인 엠비드는 "이런 동료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비슷한 수준조차도 없었다"며 흡족해한다. 그런데 하든은 지금껏 우승 경력이 한 번도 없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도 기량이 만개하기 전 프로 초창기 때 딱 한 번뿐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계속 같은 팀 스타 선수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팀 분위기를 흐렸다.

하든판(版) '사랑과 전쟁'은 2012년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휴스턴 로키츠로 팀을 옮기며 시작됐다. 당시 대릴 모리 단장이 리그 최고급 선수 반열에 오른 그의 재능을 아꼈는데, 그러면서 하든이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자기와 맞지 않는 선수들을 내쫓았다. 특히 2013년 최고 센터였던 드와이트 하워드가 로키츠에 합류했지만, 3년 계약이 끝나자 미련 없이 팀을 떠났다. 하워드는 당시 이적하면서 "하든과 불편한 관계였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하든이 코트에서 오래 공을 쥐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바람에 하워드가 골밑에서 궂은일만 하는 등 '들러리' 신세에 그쳤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로키츠에서 뛴 크리스 폴과의 관계도 파국으로 치달았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안정적인 드리블을 뽐내는 폴은 하든의 조력자를 자처하며 로키츠에 입성했다. 초반에는 둘이 장난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는 등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폴이 경기 도중 하든에게 공 없이 움직여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고, 자존심 강한 하든이 이를 잔소리로 받아들였다. 막바지에는 폴이 공을 잡고 있을 때 하든은 코트 구석에서 멍하니 서 있기도 했다. 결국 둘이 대화조차 나누지 않게 됐고, 폴의 트레이드 요청으로 헤어졌다.

2019년 폴과의 트레이드로 로키츠에 합류한 러셀 웨스트브룩은 하든과 열 살 때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함께 뛴 첫 시즌 플레이오프에선 르브론 제임스가 이끈 LA레이커스에 힘을 쓰지 못하며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탈락했다. 웨스트브룩이 그 뒤 트레이드를 요청해 워싱턴 위저즈로 향했는데, 하든이 상습적으로 훈련에 지각하고, 코로나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수시로 선수단에서 이탈하는데도 구단 고위직과 감독 아무도 그를 제어하지 않아 낙담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웨스트브룩은 하든이 본인의 말도 무시하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하든은 이후 로키츠가 정상급 선수 영입을 주저하자 스스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경기를 건성으로 뛰는 등 무언의 시위를 한 끝에 2021년 친분 깊은 케빈 듀랜트와 카이리 어빙이 있는 브루클린 네츠로 팀을 옮겼다. 첫 시즌은 무난히 지나갔으나, 두 번째 시즌에 코로나 백신 반대론자인 어빙이 NBA 방역 수칙을 어기고 접종을 거부해 경기에 결장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하든은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을 투명 인간처럼 여기는데, '백신 음모론'을 철석같이 믿는 어빙에게 심기가 뒤틀리면서 그렇게 대했다. 하지만 로키츠와는 달리 네츠가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자 다시 트레이드를 요구해 올 시즌 도중 필라피아 세븐티식서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든의 이번 팀 동료인 엠비드는 평소 파격적인 언행과 행동으로 '괴짜'라고 불린다. 어빙을 제외하면 하든이 지금껏 뛴 모범생 같은 동료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하든이 엠비드와 힙을 합쳐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될지, 아니면 다른 동료처럼 불편한 동거 끝에 파국으로 치닫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할지 NBA 팬들이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표] 제임스 하든의 과거 동료들 기고자 : 이영빈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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