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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50명, 피란 대신 동물원 생활 ＂포위당해 사료 공급 끊길까 걱정＂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동물원에서 지난 2일(현지 시각) 여우원숭이 '마야'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직원들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새 생명이 태어난 것을 기뻐했지만, 어미 마야는 새끼 한 마리를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스트레스와 연관된 것 같다"고 판단한 직원들은 어미로부터 버림받은 새끼를 분유를 먹여 키우며 '바이락타르'란 이름을 붙여줬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저항할 때 사용하는 터키산 공격·정찰용 드론 이름을 딴 것이다.

6일 워싱턴포스트는 키이우 동물원에 코끼리와 기린, 얼룩말, 고릴라, 여우원숭이 등 많은 동물이 남아 있다며, '동물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생생히 전했다. 17살 아시아코끼리 '호러스'는 폭발음에 놀라 진정제까지 맞았다. 워낙 소리에 예민한 탓에 매일 밤 직원들이 교대로 호러스 곁을 지키고, 폭음이 들리면 잠을 깬 호러스에게 사과를 먹이고 진정할 때까지 말을 걸어준다. 첫 포격 당시 굉음에 놀란 얼룩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울타리에 부딪히자, 직원들은 안전을 위해 이들을 모두 실내로 옮겼다. 직원 약 50명은 동물 가족들을 24시간 돌보기 위해 아예 동물원 부속 시설로 거처를 옮겼다. 직원 가족 약 30명도 이곳에 함께 머물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은 공습경보가 울리면 동물원 조류관이나 수족관에 마련한 방공호로 대피하지만, 코끼리나 기린처럼 덩치 큰 동물은 지하에 들어갈 수 없다. 키릴 트랜틴(49) 동물원장은 "이런 동물들은 숨거나 도망칠 곳이 없다"며 "동물원을 벗어나면 탱크로 가득한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발발 일주일 전부터 먹이를 비축한 덕분에 아직 2주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키이우가 포위당하고 전쟁이 길어지면 먹이 공급이 끊길 수 있다. 지금도 녹색 채소가 부족해서 직원들이 직접 재배한 상추를 동물에게 먹이고 있다. 기린과 사슴, 말을 담당하는 직원 이반 립첸코(33)는 워싱턴포스트에 "(돌보지 않으면 동물들이 죽을 수밖에 없어) 나는 국토수비대에 입대할 수도 없다"며 "동물 가족을 살리는 것이 러시아 침공에 대항하는 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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