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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먹을게 없어요＂
서울 푸드뱅크 기부 20% 감소, 이용자는 5% 늘어 작년 6만명

7일 낮 12시, 서울 양천구 푸드뱅크마켓센터에서 이모(84)씨가 "쌀이 없네. 다 팔려버렸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앞에 있던 가로 1m짜리 3단 선반의 '쌀 10㎏' 칸은 텅 비어 있었다. 쌀은 1㎏짜리 한 봉지가 전부였다. 이씨는 "요즘 들기름도 5000원 하던 게 2배 넘게 올라 살 엄두가 안 나는데, 푸드뱅크에서도 먹을거리를 제대로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푸드뱅크는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필요한 식료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식재료·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푸드뱅크를 찾는 수요는 더 늘었다. 하지만 서울 곳곳의 푸드뱅크 이용자들은 "물건이 점점 줄어든다"고 말한다. 서울 금천구의 금천행복푸드뱅크도 비슷했다. 지난달 이곳을 찾은 김모(80)씨는 "작년 초만 해도 닭도리탕, 갈비탕 팩 같은 것도 있었는데 최근엔 물건이 통 없다"며 "요즘은 라면 같은 즉석식품 정도만 가져간다"고 했다. 김씨는 지역 경로당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받는 27만원 등 70만원이 한 달 수입이다. 그는 "푸드뱅크 음식으로 가끔 식사다운 식사를 했는데 이젠 그 길마저 막혔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에다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마음 편하게 식료품을 구했던 푸드뱅크는 재고가 떨어져 가고, 정부·지자체에서 한 끼당 7000원씩 지원받는 결식 아동은 외식비가 올라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서울시내 푸드뱅크의 선반이 비어가는 것은 기부가 줄고 있어서다. 각종 물품과 현금 등 기부금은 2019년 538억원에서 작년 44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연 1회 이상 이곳을 찾은 실이용자 수는 5만7381명에서 6만477명으로 늘었다. 코로나로 기부금 모금 행사를 열지 못한 데다 기업들이 후원을 방역 물품에 집중한 여파라고 한다.

푸드뱅크 직원들이 기부받은 현금으로 물건을 사려 해도 치솟은 물가 탓에 예전만큼 식료품을 충분히 사지 못하는 상태다. 서울 성북구의 푸드뱅크마켓 관계자는 "마트와 시장 등 여러 곳을 비교해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사오지만 물가가 올라 물품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가정 형편에 따라 하루 한 끼 또는 세 끼를 정부 지원금으로 받아 식사를 해결하는 결식 아동들도 끼니 걱정이 늘었다. 한 끼당 7000원을 지원받는데, 물가 탓에 이 돈으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결식 아동 지원금은 2009년 한 끼당 3500원에서 작년 7000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결식 아동 남모(15)군은 요즘 그나마 가격이 싼 분식집을 찾아 다닌다. 하지만 그런 곳도 김밥 한 줄에 3800원, 떡라면 한 그릇은 4500원이어서 남군은 5000원짜리 통새우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웠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오모(11)양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곰탕인데, 요즘은 한 그릇에 1만원이 넘어 급식카드로는 먹기가 어렵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노인과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돌봐야 하는 게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라며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채제우 기자 유재인 기자 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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