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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으로 유명해지기 전 윤석열 후보를 우연히 본 적 있습니다. 검찰총장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한번은 택시를 타고 가다, 사평대로를 느릿느릿 산책하는 모습을, 또 한번은 아이 학원 앞에 있는 빵집 앞으로 역시 느릿느릿 두 팔을 휘저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운동복 아니고 양복 차림이었으니 일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왔던 걸까요. 검찰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경호원 혹은 부하 직원도 없이 혼자서 걷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윤 후보가 좀 더 유명해졌을 때 그의 '아내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를 가까운 문화계 인사로부터 들었습니다. 전시기획 일을 하는 아내가 서초동 검찰청에서 가까운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개막하면 일이 없는 주말엔 종일 전시장에 앉아 있다가 간다고 합니다. 어느 TV 예능에도 소개됐듯이 집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쪽도 윤 후보라고 하니 꽤 가정적인 남편 같습니다.

그래서인가. '사람에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원칙과 소신대로 살다가 정치판으로 불려나온 윤 후보가 며칠 전 국민들 앞에 90도로 고개를 숙였을 때 마음이 짠하더군요.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아내밖에 모르던 그가 공직에서 은퇴한 뒤 좋아하는 음식 만들며 반려견들과 더불어 편안히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필 대선판으로 불려나와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는 시늉을 해야 할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으니 말이죠. 대통령이 만물박사도 아닌데, 국·영·수는 물론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무용까지 다 만점을 받아오라 하니 그 또한 죽을 맛 아닐까요.

국민의힘 내홍으로 시끄러웠던 한 주를 지나며, 정치란 누구나 쉽게 욕을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도 없는 고난도의 영역이란 걸 실감했습니다. 커버스토리로 소개한 김예지 의원의 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닿았지요. "불협화음을 조율해 아름다운 합주로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 하모니를 이루려면 서로의 음(音)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낮춰야 하듯 리더십의 제1덕목은 역시 경청이었습니다.

마침내 '토동이 아빠'가 '살림하는 중년남자'로 변신해 돌아왔습니다. 첫 글이 딱 저희 집 풍경이기도 해서 읽는 내내 배꼽을 쥐었습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엔 토동이의 근황을 비롯해 한현우 기자의 뒷담화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국민 가수 김동현과 이솔로몬이 자신의 최고 무대라고 꼽은 노래 영상도 배달합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기고자 :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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