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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베스트셀러 '지대넓얕' 작가 채사장, 소설가로 데뷔

대중 인문서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의 저자 채사장(41)씨가 최근 소설책을 냈다.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3권이 출시된 '지대넓얕' 시리즈는 역사·사회·철학 등 인문학 내용을 알기 쉽게 알려주면서 300만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채씨는 "'지대넓얕'을 포함해 그동안 출간했던 인문서 6권 모두 인간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한다"며 "같은 주제를 소설이란 형식을 사용해 서사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제목은 주인공 이름을 딴 '소마'(웨일북). 한 인간이 동양과 서양 문명이 융합되는 공간에서 고대·중세·근대의 흐름을 통과하며 진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내용으로, 판타지나 환상 소설처럼 읽힌다. 소마는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최고의 권력과 부를 얻으며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만, 가진 것을 차례차례 잃으며 바닥으로 추락한다. 소설은 삶의 영고성쇠를 보여주며 진정한 자신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묻는다.

"소설을 예술로서 접근하는 분들이 쓴 작품에 대응할 만한 소설은 전혀 아닙니다. 그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설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랩을 할 줄 알았으면 랩을 하고, 그림을 그릴 줄 알았으면 그림을 그렸을 거예요." 인문학을 학원 강사처럼 요점 정리하듯 전달하는 저자에서 이야기를 창작하는 소설가로의 변신은 쉽지 않았다. 한국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해봤다가, 배경을 미국으로 바꿨다가, 아예 판타지 소설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3개 소설 모두 출판사에서 "객관적으로 좋지 못하다"며 출간을 거절했다고 한다. 기죽지 않고 썼다. 그렇게 네 번째 쓴 소설이 출판사의 허들을 넘어 출간됐다.

작가가 될 때까지 온갖 직업을 거쳤다. 국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4년간 장교로 군 생활을 했다. 옷가게와 화장품 제조·판매 회사를 세웠고, 어린이 글쓰기 교실, 주식 투자 등 "돈 되는 건 모두" 했다. '채사장'이란 필명도 이때 만들었다. 성(姓) 뒤에 가게의 주인이란 뜻으로 '사장'을 붙였다. "당시엔 모든 게 안갯속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관심이 많았습니다." 크게 다치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 본격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했고,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대넓얕' 책을 내면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저자가 됐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까. 채씨는 "몸뚱이가 여행지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여행을 왔으니까 반드시 남을 이겨야 할 필요도 없고, 내가 다 가져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특별한 경험이나 즐거운 순간을 꿈꾸며 도착한 여행지에서처럼 순간순간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순간을 즐기는 거죠." 기고자 :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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