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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생아 수준이라 교육이 필요합니다ㅎㅎ"

얼마 전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신입 사원의 톡이다. 입사한 지 두 달 된, 그야말로 '방송 신생아'다. 비슷한 시기, 진짜 신생아였던 아들도 돌을 맞았다. 1년간 애 키우랴 방송하랴 힘들었지만 배운 것도 많다. 육아 서적 몇 권을 탐독했는데, 문득 애나 신입 사원이나 키우는 건(?) 매한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혹 도움이 될지 몰라 영유아 육아법의 몇 가지 이론을 소개해본다.

챕터1. 생후 초기다. 자궁에서 나온 신생아가 처음 겪는 감정은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한다. 발달심리학자 대니얼 스턴은 생후 초반 아기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선 엄마의 '공감'과 '동조'가 필수라고 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던 시절, 기억에 남는 건 선배가 사준 따뜻한 밥 한 끼였다. 힘든 건 없는지 물어봐주고, 조직 문화와 PD 업무에 대해 친절히 알려준 선배가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챕터2. 생후 3~6개월 시기다. 이때 '전능 환상'이라는 재밌는 개념이 나온다. 아동 정신분석의 거장 도널드 위니컷은, 아기가 불편함을 느낄 때 엄마가 즉각 반응해주면 아기는 절묘하게 전능 환상이라는 마술적 사고를 경험한다고 했다. 즉 자신의 능력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착각이다. 이 경험이 자아 발달에 중요한 이유는 전능 환상이 열정과 창의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초년 시절, 부족한 결과물에도 항상 "네 편집은 최고야"라며 하얀 거짓말을 해주던 선배가 있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다.

챕터3. 슬슬 거리 두기와 훈육을 시작해야 할 돌 이후 시기다. 주도성을 가진 건강한 아이로 키우려면 필요한 단계다. 과잉 보호도 좋지 않지만 호랑이 육아법도 능사는 아니라고 한다. 부성적인 엄격함과 모성적인 부드러움의 조화, 그리고 '지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선배의 역할도 마찬가지일진대 마음처럼 쉽지 않다. 가르친다는 미명하에 자율성을 침해한 적은 없는지, 강하게 키운다는 핑계로 후배를 다그친 적은 없는지 나부터 돌아볼 일이다.

그래도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다는 건 분명 가치 있고 즐거운 경험이다. 법륜 스님은 '스님의 주례사'에서 아이는 세 살까지만 잘 키우면 알아서 큰다고 말씀하셨다. 세 살 버릇 여든 가고, 3년 회사 생활 정년까지 갈지 모른다. 신입 후배의 업무는 CG(컴퓨터 그래픽) 의뢰다. 일도 제법 능숙해졌고 요즘엔 생각지도 못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낸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 어쩌면 나야말로 후배와 육아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고자 : 김진호 SBS 예능본부 PD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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