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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기 지음 | 사이언스북스 | 548쪽 | 3만원

제목의 '판타 레이(Panta rhei)'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모든 것은 흐른다(만물유전·萬物流轉)'는 뜻으로 한 말이다. 이후 '흐른다'는 것은 서양 지성사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 됐다.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 같은 철학자 겸 수학자, 다 빈치 같은 예술가는 소용돌이 흐름이라는 의미인 보텍스(vortex)를 중심에 놓고 이론과 사상을 전개했다.

데카르트는 천체의 자전과 공전을 보텍스로 설명했으나, 뉴턴의 만유인력 이론이 확산되고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이 정립되면서 유체(流體)에 대한 연구는 물리학에서 퇴출되며 커튼 뒤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과학사의 '잃어버린 고리'인 줄만 알았던 유체역학은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거치며 공학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고, 유체 개념은 에너지와 경제의 '유동성'으로 확장됐다.

책은 뜻밖의 인물들을 곳곳에서 등장시킨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자살 충동에 휩싸였던 원인은 유체역학의 불완전성 때문이었고, 경제학자 케인스는 시장경제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 상황에서 유체역학의 용어를 경제학 전면에 도입했다. 과학사가 철학·예술·경제와 무관하지 않게 흘렀음을 보여주는 국내 필자의 역작이다. 기고자 : 유석재 기자
본문자수 :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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