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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마음으로 오래 바라보면 눈빛도 미소도 서로 닮아가요

◆필립 스테드 지음 | 에린 스테드 그림 |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 | 32쪽 | 1만4000원

동물원에서 일하는 아모스 할아버지의 하루는 늘 동물들과 함께다. 코끼리와는 체스를 둔다. 코끼리가 오래 생각하고 느릿느릿 체스말을 움직여도 할아버지는 재촉하지 않는다. 거북이와는 경주를 한다. 늘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거북이의 뒤에서 박수를 쳐 주며 기꺼이 2등이 된다. 말수 적고 부끄럼 타는 펭귄 곁에 조용히 오래 앉아 있어 주고, 해 질 무렵이면 캄캄한 밤을 무서워하는 부엉이를 위해 이야기책을 읽어준다.

왜 재잘대지 않느냐고 펭귄을 나무라거나, 밤하늘로 날아오르라고 부엉이의 등을 떠밀지도 않는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려 동물원에 오지 못한 날, 이번엔 동물들이 할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상대를 믿고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사이라면 더욱 그렇다. '널 위해서'라 생각해 던진 말은 잘해야 오지랖, 자칫하면 칼날이 된다. 좋은 친구란 무엇일까. 코끼리는 할아버지의 다음 체스 수를 오래 기다려주고, 펭귄은 발치에 앉아 할아버지 발을 덥히며, 코뿔소는 콧물을 닦도록 손수건을 건넨다. 어느새 할아버지와 동물들은 눈빛도 옅은 미소를 띤 표정도 닮아 있다. 아끼는 마음으로 오래 바라보면, 서로 닮는다.

저자인 필립과 에린 스테드는 1982년생 동갑내기 부부 작가. 남편 필립은 아내 에린이 자기 한계를 느껴 3년간 그림 그리기를 그만뒀을 때 부엌 식탁에서 그린 할아버지와 코끼리 그림을 보고 이 이야기를 지었고, 아내는 차분하고 정감 있는 그림을 완성했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저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것이 때론 가장 큰 힘이 된다. 2010년엔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뽑혔고, 2011년엔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칼데콧 메달을 받았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4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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