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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시대에 우리는 「안보」의 이름 아래 「민주」가 너무 경시당하는 것을 개탄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른바 「문민」시대인 오늘엔 문민정파들간의 별 가치도 없는 정쟁(정쟁) 때문에 「안보」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같아 심히 한심스럽고 불안하다. 권위주의 시대에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던 오늘의 문민여당과 문민야당 지도자들은 말했다. 「민주화만 되면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참된 안보태세가 저절로 이룩될 것」이라고.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안보」는 아예 정계의 주요한 토론주제로 부상하지도 않는다. 그대신 『냉전은 끝났다』라든가、 『북(북)의 군사도발은 북의 형편상 없을터』라든가、 심지어는 북(대북) 경계심이나 「안보운운(운운)」은 곧 「냉전론자」라는 식의 한심한 담론(담론)들만이 여-야를 막론한 문민정계에 풍미하고 있다. 오늘의 여-야 지도자들에 있어 북에 대한 주적(주적)관념은 그들의 기념식 식 (식사)에도 잘 오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북을 주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견해가 한때 공식문건에도 올랐다 해서 논란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작금의 선거판 이전투구에서도 ys、 dj、 jp、 민주당、 무소속은 제각기 상대방을 주적삼아 세상이야 어찌되든 「너죽고 나살자」는 소승적 권력투쟁에만 매달려 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정치의 「제1 대치선」은 북의 전체주의적 「수용소 군도」와 우리의 자유민주적 생활양식간의 생사를 건 대결선임을 안일하게 잊고 있다. 여-야 문민정계 지도자들은 북이 경제적으로 거의 망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북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종래의 「안보」 따위는 집어치운채 우리의 빗장도 풀고 곳간도 열고 간(간)도 쓸개도 없는듯이 무조건 뺨맞아가며 그들이 해달라는대로 해주어야 한다고 나왔었다.

그러나 이것처럼 어리숙하고 비(비)전략적인 관점은 없다. 북과 같은 상대방에 대해서는 유약함이나 문약(문약)이 아닌、 그들이 감히 도발할 엄두도 못낼 시퍼런 임전태세와 기(기)를 보여주어야만 그나마 전쟁이 억지됨을 알아야 한다. 북은 기꺾인 상대방엔 총과 독가스 공세로、 반대로 무서운 상대방에는 『회담하자』며 꼼수를 쓰는 집단이다. 저들의 「서울 불바다」운운(운운)이나 「전쟁의 시기만 남았다」는 공갈은 바로 우리의 기를 시험하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문민정계는 북의 도발이 선거판에서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까만을 계산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진실로 손톱 만큼의 양심이라도 가졌다면 그따위 망국적이고 좀스러운 발상(발상)일랑 버리고 늦게나마 초당적이고 거국적인 전쟁억지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 또한 『설마 전쟁까지야…』 하는 안일을 떨쳐버리고 사즉필생(사즉필생)의 각오로 두눈을 부릅뜨는 국민만이 나라와 가정을 지킬 수 있음을 느껴야 할 때다. 우리의 주적 북한 광신집단의 도발에 대해 결연한 항전(항전)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이 도발하고 있다. 저들은 비무장지대(dmz)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중무장한 1개 중대 규모의 병력을 진입시켰다. 정전협정 무력화를 위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그러면서 적반하장 (적반하장) 으로 우리가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뒤집어 씌우려 한다. 우리는 분명히 평화유지를 위해 정전체제를 준수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북의 이같은 도발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끌어내기 위한 1회성 장난이 아니라、 앞으로 도발의 수준을 점점 더 높일 것이라는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북이 이런 식으로 도발해서는 저들이 의도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정전협정을 미-북간의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작년 정상회담에서 단단히 다짐했다. 더구나 최근 북한이 위조달러 범죄국으로 지목됨에 따라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무엇을 협의할 상황도 아니다. 북은 이번 도발로 「불한당」이라는 인상만 더 심어주고 있다.

북의 비이성적 도발은 체제 위기에 따른 문제를 밖으로 분출하여 호도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얕은 꾀는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내부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외적으로 분출시킬 때는 내우(내우)에 외환(외환)이 겹쳐 자멸한 사례를 인류는 역사상 수없이 목격했었다.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국가 기능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북한이 만일 전쟁을 각오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저들은 그러한 자멸을 맞기 꼭 알맞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국력과 군사력만을 기준으로 해서 일어나느냐 않느냐를 예측할 것이 못된다. 권력자가 자신의 주관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후 b-29의 폭격효과를 조사하러 일본에 도착한 미국의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국에 전쟁을 걸었던 것은 제정신에서 한 것이었던가」고 의아해 했다고 한다. 오늘날 북한의 권력층에도 제정신 아닌 자가 있을 수 있다. 김일성이 죽은후 군부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10월 인민무력부장에 취임한 최광은 60년대말 총참모장으로 있을때 1ㆍ21사태、 푸에블로호 사건 등 상식을 벗어나는 대남도발에 주도적으로 관련한 인물이다. 북의 최근 도발도 그의 군사 지도(지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의 도발에 대해 우리는 종래와 같은 안일한 대응책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각오가 있어야 한다. 북이 문제를 일으키면 저들의 억지와 생떼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그것을 수습하려던 그간의 설익은 북 정책이 오늘날 이런 상황을 야기했다는 점도 바로 깨달아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북정책으로 전환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