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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절-핼로인은 호박의 명절이다. 호박에 사람모양을 새겨 그속에 촛불을 켜놓고 명절을 즐길만큼 호박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추수에 감사하는 감사절의 음식도 펌프킨 파이-곧 호박범벅이다.

중국 사람들도 호박 이미지는 좋다. 씨앗이 풍부하기에 다산을,아무데서나 잘도 자라기에 건강을,그리고 많이 열리기에 소득을 상징하여 제단에 사시사철 늙은 호박을 바치고 있다.

한데 우리 한국에서는 그러하지가 못하다. 일제때 시인 백석의 하얀집 에 나오는 늙은 호박의 이미지를 보아보자.

옛 성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늙은 호박이/또 하나의 달같이 하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어 죽던 날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달빛이 내리비친 늙은 호박의 이미지는 음산하다.

호박 넝쿨 뻗을 때 같아서는 강계 위초산을 뒤덮을 것 같지 하는 말도 있다. 이말은 한창 세력이 있고 돈이 있고 하면 세상 말아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인생사를 호박넝쿨이 대변하고 있고 꽃은 꽃이라도 호박꽃이다 함은 한물간 늙은 여인을 호박꽃이 대변함이며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함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을 호박씨가 대변함이고 장마 개구리 호박잎에 뛰어 오르듯 한다. 함은 분에 넘고 주제넘은 행동을 빗댐이니 주제파악 못하는 푼수를 호박잎이 대변함이다.

호박같은 세상 했으니 부조리 투성이의 허무한 인생사를 호박이 대변했고 여드레 삶은 호박에 도래송곳 안들어 갈까 했으니,말도 안되는 역리를 호박이 대변했으며 날 낳지말고 호박이나 낳았더면 죽이나 쑤어먹지 했으니 허무와 염세를 호박이 대변하기도 했다.

이 남미 원산인 호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담배와 고추와 더불어 임진왜란후로 알려져 있다. 19세기의 실학자 이규경은 처음에는 절간에서 주로 가꾸어 먹던것이 흉년들던해 굶으면 얼굴이 누렇게 부어오른 부황에 좋다하여 구황식품으로 급격히 번져나갔다 했다.

명나라때 문헌 본초강목 에 보면 호박은 기운을 복돋아 준다했고 우리나라 전통 약방에도 이뇨작용과 손발과 얼굴이 붓는 부증에 좋다고 알려져 왔을뿐 호박죽-호박범벅-호박떡 등 별식으로 먹어왔던 별볼일 없던 식품이었다. 한데 늙은 호박에는 프로비타민a-카로틴-칼륨-레시틴 등 각종 성인병에 고루 좋은 성분이 들어있다 하여 장수식품으로 각광 받아 다양하게 재발되고 있다 한다. 호박의 미이지 측면에서 보아 그야말로 뒹굴뒹굴 도는 호박같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