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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전신전화국 교환실에서 도청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는 그것이 국민당의 주장처럼 울산지역 국민당 및 관련 인사를 상대로 한 정치 사찰 용인지,아니면 경찰이 해명한 대로 살인사건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해명내용 등을 살펴보면 설득력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은 살인 용의자 추적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경찰관을 전화국에 24시간 근무시키면서 용의자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설명부터가 수사관행과 맞물리지 않는다. 더욱 이상한 일은 당해 경찰서장이 도청현장을 목격한 기자들을 회유하려 했다 , 경남경찰청 간부가 관련 신문사 대표를 직접 방문,보도통제를 요청했다 는 보도내용이다. 경찰이 다른 목적없이 한 도청행위라면 그런 행위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볼때 국민당측 주장이 전부 사실이 아닐지는 몰라도 개연성만은 충분히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도청행위를 하고 있음이 드러난 사실만도 충격적인 일인데,한 걸음 나아가 이를 정치사찰의 수단으로 계속 활용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게 했으니 말이다.

물론 도청 시비가 이번에 새삼스럽게 제기된 것만은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치 시절,도청은 정보기관이 광범하게 활용하던 정보수집 방식이다. 이른바 공작정치 가 도청행위로 수집된 자료나 정보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졌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리하여 평범한 시민끼리의 전화에서도 전화로는 곤란하니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 는 식으로 깊은 내용의 대화를 꺼렸고,관공서 전화기에는 으레 전화는 보안성이 없습니다 라고 써붙여 놓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6공들어 행해졌던 5공 청산 작업을 통해 과거의 유물이 됐어야 할 전화 도청이다. 그것이 아직껏 잔존하고 있었다니 개탄스러운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통신의 비밀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를 표방한 6공 정권이 들어선지 4년이 넘도록 그러한 기본권을 원천적으로 침해하는 도청행위가,그것도 정치적 목적아래 행해지고 있다면 앞뒤가 안맞는 일이다.

이번의 경우처럼 정치사찰용으로 오해받을 정도의 도청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밖에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어떠한 도청도 배척돼야 한다. 6공의 민주화 의지 가 굳건하다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상응한 문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