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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우정·친절 등 주제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등 인기

지난해 7월 출간된 진화인류학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는 최근 세 가지 버전으로 표지 갈이(리커버)를 했다. 교보문고용 하늘색 표지, 예스24용 노란색 표지, 알라딘용 분홍색 표지다. 리커버판이 나온다는 것은 책 판매가 좋다는 방증. 미국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가 함께 쓴 이 책은 지금까지 총 4만부 팔렸다. 다윈 이래 유구한 적자생존의 프레임을 깨고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라고 말한다. 주 구매자는 30~40대 여성. 김진형 디플롯 편집장은 "이념, 세대, 젠더 갈등으로 대립이 심화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해 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혐오와 팬데믹의 시대, 출판 시장에서 먹히는 새로운 키워드는 '다정함'이다. 과학서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흐름. 올해 초 출간된 '다정함의 과학'(더퀘스트)은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의학 교수 켈리 하딩의 저서. 사랑과 우정 같은 사회적 요인이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출간 2주 만에 중쇄를 찍었다. 유예진 더퀘스트 팀장은 "원제는 '래빗 이펙트(The Rabbit Effect)'인데 부제에 들어가는 'Science of Kindness'라는 단어를 '다정함의 과학'으로 번역해 제목으로 삼았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그간 축소된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라 여겨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나온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진화인류학 교수의 '프렌즈'(어크로스)도 "우정이 인간의 건강과 생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는 책. 띠지에 "단절과 고립의 시대, 다시 우정을 생각하다"라는 문장을 적어 비대면의 시대에 공허해진 독자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지금까지 3쇄를 찍었는데, 40대 후반 남성들이 주로 읽는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다정함(kindness)'에 대한 책 출간이 최근 2~3년간 해외에서도 늘어났다. 내가 구축해 온 모든 것들이 타인이라는 감염원에 의해 허물어질까 겁을 먹게 되었던 코로나 상황의 반작용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인류의 진화는 '남성 사냥꾼'이 아니라 '돌봄 공유'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미국 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의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이도스) 등이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에세이 분야에서도 '다정함'은 눈에 띄는 키워드. 김혼비의 '다정소감'(안온북스), 명상·요가 전문가 디아의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했습니다'(카시오페아), 일본 저널리스트 이치다 노리코의 '올해의 목표는 다정해지기입니다'(언폴드) 등이 잇달아 나왔다. 진영균 교보문고 과장은 "지난해 '다정함'과 '친절'을 키워드로 한 책 출간이 전년도의 2.5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기고자 :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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