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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병상 문제 놓고 '충돌'

서울의 한 '코로나 확진자 외래 진료 센터'에 최근 환자 A씨가 찾아왔다. CT 촬영 등을 거쳐 진단한 A씨의 증상은 코로나로 인한 폐렴 합병증. 병원 측은 환자에게 입원 치료 동의를 받고 입원 수속을 밟았다. 그런데 그 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방역 당국이 '외래 진료 센터에 온 확진자는 해당 병원에서 자체 입원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보낸 것이다. 감염병예방법상 코로나는 1급 감염병이기 때문에 국가가 지정한 감염병 관리 기관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병상 배정 절차를 거쳐야만 입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병원의 한 의사는 "빈 병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바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도 일단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하는데 환자가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상태가 나빠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했다.

정부가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 방역 정책을 고집하면서 의료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이 틀어쥔 병상 배정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는 입원이 필요한 경우 지자체에서 병상 배정을 의뢰하면 중수본이 배정하는 방식으로 입원이 진행된다. 그런데 "병상을 배정받으려고 중수본과 서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2~3일까지 낭비된다"는 말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제때 병상이 배정되지 않아 코로나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최근 충북에서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코로나 확진자가 중수본의 병상 배정이 지연돼 이틀을 대기하다 결국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해당 의사인데, 전국의 모든 코로나 병상을 중앙 정부가 꽉 틀어쥐고서 나눠주기식으로 배정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응급 환자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지기도 하고, 병상을 한없이 기다리다가 상태가 악화하기도 한다"고 했다. 의료계 등에선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진의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병상 문제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견해 차도 심해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중환자 전담 치료 병상은 총 2747개 가운데 1550개(56.4%)가 차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병상이 (나머지) 절반 정도 사용이 가능한 상태"라며 "관리 가능한 범위" "의료 체계는 안정적"이라고 했다. 반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남은 병상 가운데 얼마나 (실제로) 사용이 가능할까"라고,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상만 늘었을 뿐 의료 인력은 그대로"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실제 가동 가능한 병상은 거의 소진됐을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연말연시 대유행 이후 정부가 행정명령 등으로 일반 병상을 대거 코로나 용도로 돌렸지만, 의료 인력은 그만큼 확충되지 않아 빈 병상이 있어도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6일 0시 현재 중증 악화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는 전국 4131개의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전날보다 2.9%포인트 오른 61.4%다. 오미크론 발병 이후 첫 60%대로 올라섰다. 하루 확진자 규모가 20만명대로 급증하면서 중등증과 경증 환자가 준중증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준중증과 중등증 입원자 중 검체 채취일로부터 10일이 경과된 731명에 대해 일반 병상 이동 권고를 시행했다. 호흡기에 큰 문제가 없는 기저 질환자 등은 '코로나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 신분으로 계속 치료를 받게 한다는 뜻이다. 이에 병원 현장에서는 "호흡기 악화 환자와, 기저 질환 합병증 환자들을 함께 돌봐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진 등의 원내 감염이 증가해 사실상 일반 진료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말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의 잇따른 거리 두기 완화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치 방역"이라는 반면 정부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기대에는 못 미칠 것"이라며 입장이 갈라졌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지난 4일 식당, 카페 등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1시간 늘리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정은 최소 한도"라며 "다음 번 거리 두기 조정부터는 본격적으로 완화 조치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기고자 : 선정민 기자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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