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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자 빠르거나 느리게 움직여 상대 수비 가볍게 제치고 나가

송민규(23)에게 2021년은 최고의 해였다. 시즌 중반 K리그 최강팀인 전북 현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이적, 맹활약하며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우승을 맛봤다.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혀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2경기, 최종 예선 5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A매치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신예로 4경기에 선발 출전할 정도로 빌드업을 중요시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에 잘 스며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송민규는 최근 유선 인터뷰에서 "스스로 믿고 자신감 있게 뛰었던 게 전부"라고 했다.

송민규는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유형의 공격수다. 측면 공격수치고는 스피드가 느리다. 대신 공격할 때 수비수가 따라붙으면 한 박자 빠르게, 또는 느리게 움직이면서 가볍게 제쳐낸다. 키가 179㎝로 그리 크지 않은데도 헤딩 능력도 뛰어나다. 경기 시야도 넓다.

"프로 데뷔 전 고등학교에서는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많이 뛰었어요. 그때 필드를 넓게 보는 연습을 한 게 본격적으로 공격수로 뛰면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는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2020시즌부터 프로에서 2시즌 연속 골은 10골, 도움은 3개 이상을 올렸다.

송민규는 국가대표로 처음 차출된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배워온 건 수비라고 했다.

"공격수가 수비를 배워왔다니 이상하게 들리죠. 공격수는 사실 최전방 수비수이기도 해요. 상대 진영 맨 앞에서 압박하며 상대의 공격을 끊으면 더 좋은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어요. 상대가 패스를 돌리면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언제 달려들어야 하는지 같은 '공격수의 수비'가 중요한데, 형들과 감독님께 잘 배워왔죠."

벤투 감독의 공격 전술에 잘 적응한 비결도 물었다. "벤투 감독님 축구에선 공을 안 뺏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차근차근 패스하면서 풀어나가는 전술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드리블은 최소화하고 패스도 가로채기를 당하지 않는 걸 목표로 했죠. 그걸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한국은 조 1, 2위가 본선으로 직행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A조 4승2무(승점 14점), 조 2위에 올라 있다. 3위인 UAE(승점 6)에 크게 앞서 있다. 만약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지난해 6월부터 한 경기를 빼곤 전부 그라운드를 누볐던 송민규도 카타르에 갈 확률이 높다. 그는 "아직 뽑히지 않아서 조심스럽다"면서도 "대표팀에 승선한다면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형들을 든든히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나이가 어려서 대표팀에서 주눅 들지 않겠느냐고 하자 "축구 그라운드는 경쟁 사회다. 어린 선수는 어린 만큼 패기가 넘친다"며 "몇 분이든, 몇 초든 팀이 믿음을 줄 때 보답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약 골을 터뜨리면 어떨지 묻자 "상상해 본 적도 없다"고 하더니 한동안 '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아요. 어떨까요? 좋긴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좋을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그래픽] 23세 송민규, 카타르로 간다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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