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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긴축시계, 금융시장 출렁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 풀기 속도를 늦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한다면 시장엔 재앙이 닥칠지 모릅니다."

5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해 12월 회의 의사록이 공개된 직후, 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제이 햇필드 CEO(최고경영자)는 CNBC 인터뷰에서 '재앙(disaster)'이란 표현을 썼다. FOMC는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 기구다.

의사록을 통해 FOMC 위원들이 기준금리 조기 인상이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까지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글로벌 증시가 크게 하락하고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출렁거렸다.

◇고용 회복에 연준 긴축으로 '급선회'

시장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이 끝나는 오는 3월부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바로 양적 긴축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로 촉발된 지난 2년간의 QE(Quantitative Easing·양적 완화)가 끝나고, 연준이 오히려 시장의 돈을 거둬들이는 QT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연준은 코로나 이후 약 4조달러(약 4800조원)에 달하는 돈을 양적 완화로 풀어 왔다.

FOMC 위원들은 치솟는 물가와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고용 시장을 긴축 선회의 이유로 꼽았다. 연준은 그동안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연 2% 이상'에 머물고 완전고용이 달성될 경우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혀 왔는데 이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연준 목표치의 2배를 넘는 연 5%(전년 동월 대비)를 돌파했고 11월 이후엔 6%대 후반으로 오르며 3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은 4.2%를 기록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처음으로 미 의회예산국이 추정한 자연실업률(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실업률)인 4.4~4.5%보다 밑으로 내려갔다.

◇"연준, 3월 기준금리 인상 향해 전진 중"

시장에선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치를 집계하는 CME '페드 워치'에 따르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70% 이상으로 올라갔다.

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확인한 시장의 관심은 현지 시각으로 7일 오전 8시 30분(한국 시각 7일 오후 10시 30분) 발표될 미국의 지난해 12월 고용 동향에 쏠리는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40만명(11월은 21만명 증가) 늘어나고 실업률은 4.1%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경우 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시장은 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양적 완화가 2008년 11월 시작됐고 9년 후에야 양적 긴축으로 전환됐다"며 "연준이 올해 안에 양적 긴축을 시작할 경우 3년도 되지 않아 완화를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의사록 공개 후 미 증시에선 대출이 많아 금리 인상 타격을 많이 받는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5일 3.3% 급락했다. 한국 시장에선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까지 번지며 6일 코스피가 1.1%, 코스닥은 2.9% 하락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기 국채 금리도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1.71%로 거래를 마쳤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7% 위로 올라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양적 긴축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내다 파는 방식으로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통화 정책. 물가가 너무 오르거나 경기가 과열될 때 쓰는 긴축 도구의 하나다. 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QE)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래픽] 빠르게 오르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기고자 : 김신영 기자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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