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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양딩신 九단 / 黑 신민준 九단

〈제14보〉(171~184)=승패를 겨루는 모든 게임 과정이 드라마다. 어떤 뛰어난 극작가도 현실 승부의 기막힌 등락과 충격적 반전을 넘지 못한다. 정수(正手)로 우열을 가리는 논리게임인 바둑은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운이 적게 작용하는 승부여서 패배 때 남는 회한(悔恨)은 오히려 더 크다. 오죽 야속하면 패배로 이끈 수에 '패착'이란 꼬리표를 붙여왔으랴.

흑의 AI 승률이 95%까지 오른 가운데 백이 △로 단수친 장면. 문제는 171~181이다. 백에겐 외길이지만 흑은 이 과정 어딘가에서 '가'와 '나'를 선수 교환해야 했다. 182가 양딩신이 찾아낸 회심의 일착. 그 직후 기어이 183이란 패착이 터졌다. 왜 바로 안 받고 물러났을까. 초읽기 와중에 대마 안전을 돌본 건데, 일부 해설자들이 '클릭 미스'로 단정했을 만큼 의외의 후퇴였다.

183으론 역시 참고도 1이 정수. 10까지 흑 대마를 위협해 오면 13의 묘수를 거쳐 26 때 A로 따내 패가 정답이다. 이 진행은 흑이 팻감이 많아 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20…17). '가'와 '나'가 미리 교환돼 있었더라면 184는 성립하지 않음이 또 확인된다. 184 자리를 빼앗긴 순간 흑의 AI 승률이 20%대로 폭락했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62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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