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무역마찰 희생양 추측

미 관세청이 지난 2일 캐나다에서 조립돼 미국에 들어오는 일본의 혼다 시빅자동차에 대해 미-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원산지 부품사용 비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1천7백만달러의 관세를 부과,미-일 자동차 전쟁이 재연되고 있다.

fta에 의하면 미-캐나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동차가 각기 북미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도록 돼 있다.

혼다는 이 규정에 따라 지금까지 관세를 안 내고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앨리스턴 현지 공장에서 조립한 시빅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해 왔다. 미 관세청은 fta가 발효된 89년 1월1일부터 90년 3월31일까지 미국에 무관세로 들어 온 시빅 9만여대에 대해서만 각기 2.5%씩의 관세를 매겼다. fta의 원산지 규정을 적용해 관세가 부과되기는 이번 혼다 시빅이 첫 케이스이다.

미국이 뒤늦게 fta를 발동,일본 자동차에 관세를 매긴 것은 미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캐나다나 멕시코에 부품조립 공장을 세워 무관세로 미국에 값싼 차를 파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다분히 정치적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따라서 일본 자동차업체중 북미지역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혼다가 미-일 무역마찰의 희생양 으로 걸린 것으로 미 자동차업자들은 보고 있다.

미 관세청은 혼다외에 도요타와 닛산 등 다른 일본자동차들에 대해서도 fta원산지 규정위반여부를 조사중에 있으며,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관세부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추가 제재 가능성을 비쳤다.

도요타-닛산도 조사

미국이 작년부터 벌이고 있는 일본산 미니밴에 대한 덤핑여부 조사와 최근 4도어 미니밴과 지프형 스포츠카를 승용차에서 경트럭으로 재분류해 관세를 10배 인상하려는 움직임 등도 일본 자동차에 대한 제동장치로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미국은 미-캐나다-멕시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서 원산지 비율을 현행 50%에서 60~70% 선으로 올리는 방안을 적극추진하고 있고 의회에는 미-일 자동차 및 부품교역의 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대일 강경론자인 리처드 게파트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등 공업지역 출신의원들은 관세청의 이번 관세부과조치에 즉각 환영을 표시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다른 길로 결정을 내렸다면 강력히 저항했을 것"이라며 대정부 엄호사격 을 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조처는 당사자인 혼다측과 캐나다정부 양쪽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혼다측은 "미국이 모호한 fta규정을 멋대로 해석해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에 불복,즉각 행정 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기각될 경우 미 국제무역 법원에 제소하는 등 끝까지 법정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혼다는 미 오하이오주 안나 현지공장에서 만든 엔진블록을 캐나다 현지공장으로 가져다 쓰고 있는 데도 미국은 엔지만 미국산으로 간주하고 완제품은 외제품으로 간주하는 2중플레이 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선 일 공장철수 우려

캐나다도 원산지 규정의 부품비율 산정방식에 있어 혼다측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미국에 대해 "fta 원산지 규정에 해석에 있어 두 나라간의 근본적인 차이를 없애기 위해 협상을 하자"고 제의했다. 캐나다는 또 미국이 캐나다산 일본 자동차에 자꾸 시비를 걸 경우 앞으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캐나다 현지 공장의 신규 확장을 중단하고 나아가 공장축소내지 공장철수까지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칼라 힐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번 관세 부과로 미-캐나다간의 마찰조짐이 보이자 성명을 내고 "다음 회담에서 양국간 해석상의 이견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캐나다 현지공장에서 조립돼 미국에 들어오고 있는 현재 소나타는 현재 50% 북미산 부품비율을 채우지 못해 관세를 물고 있다. <워싱턴=정해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