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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약그룹의 내부가 심상찮다. 지난 4일 김승연회장(41)이 동생 호연씨(37)를 계열사 한양유통의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전격 퇴진시키자 호연씨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오너 형제분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호연씨 측근은 5일 "이번 조치를 도저히 감수할 수 없다는게 김호연씨 입장"이라며 "유럽에 머무르고 있는 김 회장이 금명 귀국하는 대로 가족 모임을 갖고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연씨는 한양유통 정기주총 결의로 경영일선에서 축출된 직후 "무능 경영인으로 낙인찍혀 물러날 수는 없다"며 5일중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힐 생각이었으나 일단 보류한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김씨측은 "김 회장이 동생에게 빙그레와 한양유통을 포함한 계열사 4,5개를 떼주겠다던 그간 언질을 한꺼번에 뒤집어 부채비율 1천%가 넘는 빙그레만 넘겨 주려는 것은 결국 그룹을 독식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86년부터 김씨가 맡아온 한양유통은 애초에 부채 4백90억원을 안고 출발한 파산기업인데다,속성상 투자후 최소한 3년이 지나야 회수되는 것이 유통업인데도 그룹측이 그간 누적적자 5백30억원만 부각시켜 김씨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억원 흑자를 냈고 그간 벌여놓은 양판점들도 지난 1월부터 흑자로 돌아서고 있어 이제 열매가 나오는 마당"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룹 창업주인 선친 김종희씨가 생전 3남매에 정해준 유산분배 원칙을,상속법시효 10년이 지난해로 끝나자마자 김 회장이 기다렸다는 듯 저버리는 처사라고 김씨측은 보고있다.

한국화약그룹은 지난 87년 계열사 태평양건설의 부실에 따른 산업합리화 조치로 김씨가 대주주(지분 21.6%)로 있는 빙그레와 김 회장 누나 영혜씨 몫인 제일화재(지분 14.2%)를 그룹으로부터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으며,한양유통의 경우 동생 호연씨에게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유력했다.

김씨측 주장에 대해 김 회장측은 "감정적으로 너무 격앙돼 있어 현실감각을 잃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한국화약그룹 관계자는 우선 김씨가 한양유통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양유통은 창업주 사망후인 85년에야 인수한 것인데다 김씨는 단 한주 지분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호연씨가 일본 유학시절 유통경제를 연구했고 한양유통 경영을 강력히 희망해 김 회장이 맡겼던 것일 뿐"이라며 "경영부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이 동생에게 한양유통을 포함한 계열사 양도를 언질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적인 자리에서 어떤 언질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개법인이 보유한 주식을 재벌총수 가족에게 양도하기가 불가능한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상속재산 분배문제에 대해서도 창업주 작고직후 81년 가족합의를 거쳐 합법절차에 따라 상속세까지 냈던 사안을 두고 새삼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룹측은 김호연씨측 주장에 대해 일절 공식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에 대응해봐야 분규만 격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매형 이동훈씨가 맡았던 고려시스템이 파산선고를 받아 그 여파에 시달리면서 한양유통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연씨측이 어떤 법적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김승연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열릴 가족회동 여하에 따라 한국화약그룹의 2세 분규는 근래 보기드물게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형제간에 약속한 내용을 알고있는 어머니 강태영씨다. <오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