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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놓고 연일 청문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거물-소물 가릴것 없이 모두 선거운동 현장에 나가 개인적 이익 도모에만 열을 올릴 뿐,국가의 운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전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북한 핵의 위협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미국쪽에서는 행정부와 국회가 함께 야단인데,북한이 핵무기를 개발,사용한다면 그 실험장이 될 우리나라에서는 청문회는 커녕,진지하게 대처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관해 우리정부와 다른 판단에서 대응하니까 우리의 북한 핵대책은 실종한 것이나 다름없는 인상이다. 뒤늦게 부총리겸 통일원장관 주재로 통일관계장관 회의가 열렸다고 하나,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남북대화 특히 핵문제를 비롯한 안보관계에서 통일원이 차지했던 위상으로 보아 형식적이라는 인상이다. 북한핵에 대한 한미 공동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지난달 하순 더글러스 팔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이 다녀간데 이어,4일에는 릴리 미 국방차관보,오는 15일에는 솔로몬 미 국무차관보 등 우리를 잘 아는 정책수립가들이 연거푸 내한하는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정말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핵에 관한 한미간의 견해차이는 사실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핵개발이 현재 어느정도 진척되고 있으며,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가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정부의 북한 핵대책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함께 정리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판단이 옳았다면 밀고 나가야 하고,틀렸다면 해명과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무사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국가안보정책에서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고 보아 줄 수 없다. 실패가 없도록 모든 지혜와 노력을 다 동원하는 길밖에 없다.

드러나 있는 현상만으로 짐작하면 지금까지 우리의 북한핵 대책은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상태로는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핵문제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바꾸는 대표가 어떻게 상대방을 향해 설득력을 구사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남북관계에서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핵 및 안보문제 담당자들에 대해 불안하다.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