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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연료비 급등에 항의. 일부 시위대 시청까지 점거
비상사태 선포… 내각 총사퇴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차량용 연료 가격이 올 들어 2.5배로 급등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주간 집회 금지, 야간 통행 금지령을 선포했다. 아스카르 마민 총리를 비롯한 내각도 총사퇴했다.

영국 BBC는 "(수십 년 독재가 지배했던) 카자흐스탄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카자흐 최대 도시 알마티의 중앙 광장에는 시민 5000여 명이 집결해 '정권 퇴진' 등을 주장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시청을 점거하고, 검찰청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경찰차를 불태우는 등 갈수록 시위가 과격해지고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자 장갑차를 동원하고 고무탄과 최루탄, 섬광수류탄을 쏘면서 시위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시위는 알마티뿐 아니라 수도 누르술탄, 남부 도시 쉼켄트와 타라즈, 서부

악퇴베 등으로 확산,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새해 들어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을 크게 인상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1일 카자흐 정부가 보조금으로 운영하던 LPG 가격 상한제를 폐지했고, 지난해 평균 1L당 50텡게(약 137.5원)였던 LPG 가격은 며칠 새 120텡게(약 330원)로 뛰었다.

카자흐스탄 최저임금이 월 4만2500텡게(약 11만6875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LPG 가격 인상은 주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자유유럽방송(RFE)에 따르면, 시위는 지난 2일 카자흐스탄 서남부 망기스타우주(州)의 도시 자나우젠에서 시작됐다. 자나우젠은 석유 등 천연자원이 다량 매장돼있는 곳으로 주민 대다수가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석유 운반 차량을 운전하며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

시위가 커지자 정부가 해당 지역에 LPG 가격을 1L당 50텡게로 다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기고자 :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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