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어제 1196.9원, 석달만에 최고
환율 1200원 넘으면 외화자금 이탈 우려

새해 벽두부터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96.9원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3거래일 연속 1190원대로 마감하며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이날 환율은 작년 10월 12일(1198.8원) 이후 약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1200원'을 조만간 뚫고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1200원을 넘어설 경우 1년 반 만인데, 이럴 경우 외화 유출 우려가 커질 수도 있다.

환율 상승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제로(0) 수준인 기준금리를 빠르면 오는 3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환율이 급등한 여파 등으로 이날 코스피는 1.18% 하락한 2953.97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원화로 바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경우 원화가 약세를 보일수록 환차손이 커진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620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997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

달러 강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 외에 지정학적 요인도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방국가들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연준이 강한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다. 작년 말 1.52%로 마감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일 1.66%까지 올랐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난 4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평균은 0.59% 올랐지만 나스닥지수는 1.3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선 외화 자금이 빠져나갈 확률이 커진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그에 따른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소비 침체가 나타날 수 있어 외환 당국이 환율을 방어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까지 소비자 물가가 3개월 연속 3%대로 오르면서 물가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작년 말 환율이 1180원대 중반을 넘어선 이후 외환 당국에서 개입해 가파른 상승세를 진정시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서더라도 오름폭이 크지는 않고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서울 양재PB센터 팀장은 "외환 위기 이후 환율이 1050~12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는 걸 아는 경험 많은 투자자들이 환율이 1200원에 가까워지자 천장에 다가선 것으로 여기고 그동안 사뒀던 달러를 내다 팔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원화 약세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 원·달러 환율 기고자 : 손진석 기자
본문자수 : 157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