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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D-29

"더 빨리! 뒤처지지 말고!"

쇼트트랙 대표팀이 5일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훈련장에서 계주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어 방송과 함성이 흘러나오더니 스케이트날이 '쉬익' 하고 빙판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영석 코치가 선수들을 독려했다. 내달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같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레이스를 마친 선수들은 훈련장 가장자리에 있는 대형 모니터 앞에 모였다. 영상을 보면서 얘기를 주고받는 선수와 코치들 사이에 옅은 미소가 조금씩 번졌다. 쇼트트랙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는 이날 베이징 올림픽 개막 30일을 앞두고 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이슈 때문에 훈련 분위기를 많이 걱정했는데 기우(杞憂)였다고 했다. "훈련할 때 후배들의 몰입도가 높아 제가 배워야 할 정도예요." 이유빈(21·연세대)은 "대표팀 남녀 선수가 도와주며 서로 힘이 되는 분위기"라고 거들었다.

◇맏형 곽윤기 "힘 풀고 후배부터 챙겨"

한국 쇼트트랙은 지난 20년 이상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킨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었다. 하지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먹구름이 끼었다. 최근 심석희(25·서울시청)가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대표팀 코치와 동료를 욕하고 비하한 행위로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작년 10월부터 월드컵 대회에 나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하면서 흔들렸다. 그래도 대표팀 선수들은 묵묵히 훈련에 매진하며 한 달도 안 남은 올림픽을 향해 한 발짝씩 전진 중이다.

곽윤기는 "지난 두 번의 올림픽을 너무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경험해보니깐 그 마음 하나만으로는 잘 안 되더라"며 "지금은 '더 잘해야지'란 마음보단 몸에 힘을 풀고 시야를 넓게 보려고 한다. 주위 후배부터 챙기며 팀 분위기에 집중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윤기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계주 은메달에 힘을 보탰다. 2018년 평창 대회 때도 같은 종목에 출전했지만 메달을 걸지는 못했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아요. 부끄럽지 않은 경기로 꿈의 무대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이유빈은 평창에서 여자계주팀이 우승할 때 막내였다. 당시 준결승 도중 넘어졌지만, 최민정과 빨리 터치를 해 위기에서 벗어나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 올 시즌 세계 랭킹 종합 3위로 대표팀 주축 선수가 됐다. 육상 선수 출신 부모에게 물려받은 운동신경에다 레이스 운영 기술이 늘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됐다. 최근 월드컵 시상식에서 입대한 오빠를 향해 "힘내라"며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수준급 춤 실력까지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는 "월드컵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기량을 되찾았다. 대한체육회 목표치(금메달 1~2개)보다 더 많은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빙속 김보름, 컬링 팀 킴도 아픔 잊고 재도전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보름에겐 평창 올림픽 당시 여자 팀 추월 종목 '왕따 주행'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정부 조사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김보름은 이 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노선영(은퇴)과 법정 다툼도 아직 진행 중이다. 김보름은 평창 때 은메달을 걸었던 매스스타트에서 두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금메달을 따겠다기보다는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는 게 목표"라며 "여러 선수가 경기를 하다 보니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제가 열심히 땀 흘려서 준비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은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최고 스타가 됐지만, 이후 소속팀이던 경북체육회 지도자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회장 인선으로 시끄러웠던 컬링연맹에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한동안 훈련도 못 했다. 작년 초 강릉시청으로 옮긴 팀 킴은 지난달 올림픽 자격 대회 최종 플레이오프를 통해 극적으로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김선영(29)은 "평창 이후 여러 일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다"며 "한 경기씩 차근차근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진천=송원형 기자 진천=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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