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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수출 사상 최대 85억달러
발표 앞두고 '수산물과 합쳐라'
하루 뒤 ＂농수산식품 100억달러＂

지난 4일 오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배포하기로 예정돼 있던 '2021년 농식품 수출액 역대 최고치 달성' 보도 자료가 당일 아침 갑작스럽게 하루 뒤로 미뤄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처 준비가 안 됐던 걸까요? 농식품부에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계획대로 배포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윗선에서 '홀드(hold·잠정 보류)'를 걸었다고 합니다.

그 윗선이 누군가 했더니 'BH'라는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BH(Blue House)는 관가에서 청와대를 부르는 약칭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에서 해양수산부 자료와 합치라는 지시가 내려와 급히 보도 일자를 바꾸게 됐다. BH 지시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취재해보니 사연은 이랬습니다. 애초 농식품부가 내려던 보도 자료는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이 2020년보다 12.9% 증가한 85억4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틀 뒤인 6일 해양수산부도 '2021년 수산물 수출 실적' 보도 자료를 낸다는 것을 알고 둘을 합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수산물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4% 증가한 28억2000만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치였습니다.

결국 농식품부는 하루 뒤인 5일 해수부 자료를 합쳐 '2021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역대 최초로 100억불을 넘어 113.6억불 달성'이란 제목의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농수산식품 기준으로는 역대 최초로 100억달러를 넘겼다는 '예쁜 수치'가 나온 것이죠. 2020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총 98억7000만달러였습니다. 합계가 100억달러를 넘기지 않아서였는지, 작년에는 두 부처가 수출액을 따로 발표했습니다.

100억달러 수출은 나름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정부를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국민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부각시키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것은 100억달러 수출 보도 자료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지난해 11월 '농수산식품 수출 역대 최초 100억불 돌파' 보도 자료를 공동으로 냈습니다. 지난해 11월 25일 기준, 누적 수출액이 10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는 것이죠. 결국 이번 보도 자료는 그때 발표했던 통계에 추가로 12억달러 상당의 연말 실적을 덧붙인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미 40여 일 전에 발표했던 통계인데, 이를 마치 새로운 뉴스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정부가 보도 자료 발표 일정까지 바꿔가면서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이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지난해 수출 역대 최고, 무역 규모 1조2000억달러, 역대 최초 15대 주요 품목 모두 두 자릿수 성장 등 모든 기록이 역대급"이라며 "대한민국 무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혹시 이번 농식품부의 보도 자료 연기 해프닝이 임기 말 정부의 자화자찬을 뒷받침하려는 조삼모사식 통계 가공은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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