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21세기 '만물상'으로 진화

편의점 CU는 최근 서울·경기도 다섯 점포에서 렌털 서비스 스타트업 어라운더블과 함께 골프채·게임기·미용기기 등 제품 300여 종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워치를 포함한 50여 종은 매장에서 즉시 대여·반납할 수 있고, 나머지 제품은 앱에서 예약한 후 점포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CU 관계자는 "지난달 시범 서비스를 해보니 20·30대 젊은 층 이용률이 특히 높았다"며 "갤럭시워치, 헤어드라이어, 골프채 같은 제품이 잘 나갔다"고 말했다. CU는 앞으로 서비스 적용 점포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동네 상권 핵심이 된 편의점이 접근성을 앞세워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편의점 주요 5사의 총 점포 수는 4만7884개(2020년 기준)로, 동네마다 편의점이 들어서 있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이 이용하기도 좋다. 이런 접근성을 보고 자체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기 어려운 생활 편의 스타트업이 잇달아 편의점과 손잡고 있다. 은행처럼 자체 점포를 줄이는 추세인 업종도 편의점을 대체 공간으로 선택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에서도 다른 점포와의 차별화를 위해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중고 거래부터 세탁, 환전까지

이마트24는 지난해 비대면 중고 거래 서비스 업체 파라바라와 함께 매장 10곳에 중고 거래 보관·판매함을 들여놨다. 중고 물품을 팔고 싶은 사람이 이 판매함에 상품을 넣어 놓으면 구매자가 직접 매장에 가서 진열된 물품을 구경하고 바로 사갈 수 있다. 앱에서 보고 미리 거래를 마친 후 물건을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GS25는 스타트업 세탁특공대와 손잡고 2000여 매장에서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GS25에 세탁물을 맡기면 세탁특공대가 수거해 세탁한 후 고객 집으로 배송해준다. GS25 관계자는 "퇴근 후 세탁을 맡겨야 하는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을 위한 생활 편의 서비스"라고 말했다. CU는 지난해 11월 핀테크 기업 유트랜스퍼와 함께 외화 환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에서 환전 신청을 한 뒤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매장을 찾아서 받으면 된다. 현재 서울 200여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매장에 무인 복합기를 들여놓고 문서 인쇄·복사·스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예전엔 주로 문구점이 하던 역할이지만, 문구점이 점차 사라지며 편의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서울 노원점에서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공공 문서를 출력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빌려주거나 차량 공유 업체에 주차 장소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보편화하고 있다.

◇점포 줄이는 은행도 편의점 '노크'

최근 편의점과 활발하게 협업하는 곳은 금융 업계다. 비대면 금융 거래가 보편화하며 일선 영업점을 줄이는 추세인데, 그 대안으로 편의점을 낙점한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기존 편의점 매장 일부 공간을 활용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점포를 만들면서 비용은 줄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월 GS25와 함께 강원도 정선군에서 편의점 혁신 점포를 열었다. 편의점 안 카페처럼 꾸민 공간에 설치된 기기를 통해 신한은행 직원과 화상 상담을 하고 펀드·퇴직연금 등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대출도 가능하다. 화상 상담은 오후 8시까지로, 일반 은행 업무 시간보다 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편의점 은행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앞서 서울 송파구의 CU 매장 한쪽에 숍인숍 형태로 혁신 점포를 열었다. 최근 일부 점포에서 화상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KB국민은행은 앞으로 편의점으로도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고자 : 성유진 기자
본문자수 : 187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